대한변협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 안돼”…정치권·사법부 첨예 대립

대통령실·여당 ‘위헌 최소화’ 법안 추진 공감대
대한변협 “사법부 독립 훼손 우려” 반대 입장
법관대표회의까지 가세…與 “사법부 책임부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을 둘러싼 정치권과 법조계의 갈등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여당은 법안 보완 후 입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와 사법부는 “위헌 소지가 크고 재판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8일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 준수’를 촉구하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특정 사건·대상을 겨냥한 입법은 법 앞의 평등을 훼손하고 사법부 독립에 중대한 침해를 초래한다”며 “위헌 논란이 지속되면 재판 지연 등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같은 날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애초 논의 대상이 아니었던 관련 법안은 법원행정처 설명을 거쳐 긴급 안건으로 상정됐다.

 

6시간 넘는 논의 끝에 법관대표회의는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은 재판 독립성과 사법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며 “입법 과정에서 법원의 실무적·헌법적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상고심 제도 개편,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및 운영 개선, 법관 인사·평가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도 “사법부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단기 여론에 휩쓸려 성급히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조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입법 추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정책의원총회에서 두 법안을 추가 논의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전문가 자문과 각계 의견을 수렴해 다음 의총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며 “내란 재판 지연과 사법 불신 문제에 대한 당내 공감대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일 예정됐던 본회의 상정은 잠정 보류됐다.

 

대통령실 역시 여당과의 조율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의 원칙에는 공감대가 있다”며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추진하자는 의견이 공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당이 법조계 반발을 이유로 법안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내란 사건이 1년이 지나도록 1심도 끝나지 않는 상황이 정상인가”라며 “법관대표회의가 중립성만 강조하기 전에 사법부가 무엇을 해왔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3일 민주당 주도로 두 법안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은 1심과 항소심에 전담 재판부를 두고 별도의 전담 영장전담판사를 임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법왜곡죄는 판사·검사 등 사법 공무원이 부당한 목적을 위해 법을 왜곡 적용할 경우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