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 근절법’ 與 주도로 법사위 통과

허위정보 유포 시 손해액 최대 5배 징벌배상
권력자 청구권 제한은 미포함…방송법도 처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허위·조작 정보 유통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여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법사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허위·조작 정보의 개념과 판단 요건을 법률에 신설하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법원에서 불법·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통한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원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대한 민사상 책임과 행정 제재를 동시에 강화하는 구조다.

 

이 법안을 둘러싸고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는 정치인·공직자·대기업 임원 등 권력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해당 내용은 최종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략적 봉쇄소송은 권력자가 비판이나 감시를 위축시키기 위해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는 행위를 뜻한다.

 

다만 개정안에는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기 위한 절차적 장치로 법원이 조기에 소송을 각하할 수 있는 특칙이 포함됐다.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당사자는 법원에 중간판결을 신청할 수 있고, 청구자가 공직 후보자나 공공기관장, 대기업 임원 등일 경우 각하 판결 시 이를 공표하도록 하는 규정도 담겼다.

 

이와 함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예훼손 관련 형사처벌 구조를 손질해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의 균형을 재조정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 과정과 내용 모두에 강하게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사실상 국민을 단속하고 입을 막는 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고, 김재섭 의원은 “허위조작정보의 판단 기준이 주관적으로 적용될 경우 정부 성향에 따라 표현이 규제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은 허위정보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에서 허위조작정보를 퍼뜨리며 수익을 올리는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고,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허위조작정보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위험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설치 목적에서 ‘공정성 보장’ 문구를 삭제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개정안과, 보도·논평 등 방송 심의 기준에서 ‘공정성’ 개념을 삭제하는 방송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됐다. 두 법안 역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속에 여당 주도로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