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가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면서 선순위 임차인의 존재와 권리관계까지 설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세대주택에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다른 세대 임차인의 선순위 여부도 중개사의 확인·설명의무 범위에 포함된다는 취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김모 씨와 한 신용정보회사 사내복지기금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을 상대로 낸 공제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 씨 등은 2017년 서울 영등포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대해 보증금 6000만 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건물에는 임대인이 은행과 설정한 채권최고액 18억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근저당권 설정 사실은 고지했지만 김 씨보다 우선변제권을 가진 다른 세대 임차인들의 선순위 관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후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선순위 임차인들은 일부 보증금을 배당받았지만, 복지기금은 배당을 받지 못했고 김 씨 역시 보증금 중 2500만 원만 회수하는 데 그쳤다.
이에 김 씨와 복지기금은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담보하는 공제사업을 운영하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중개사도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1심은 협회가 김 씨와 복지기금에 각각 3600만 원과 2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개사가 선순위 임차보증금으로 인해 보증금 회수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계약서에 기재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사·확인 책임을 전적으로 중개사에게 부담시키기는 어렵다며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반면 2심은 중개사가 확인·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다세대주택은 세대별로 독립해 권리관계가 형성되므로 다른 세대에 설정된 임차권은 임대보증금 회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중개사가 다른 세대의 임대차 현황을 확인해 고지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중개사의 확인·설명의무에는 해당 세대 등기에 기재된 권리관계뿐 아니라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다른 세대 등기에 나타난 선순위 권리관계까지 포함된다고 봤다.
또 임대차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임대인에게 선순위 임차인의 존재, 임대차보증금, 임차 시기 등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임대인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 사실 자체를 임차의뢰인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중개사는 공동근저당권이 설정된 다른 임차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임차인의 존부와 보증금, 임대차 기간 등에 관한 자료를 요구하거나 이를 설명하지 않았다”며 “고의 또는 과실로 확인·설명의무를 위반했을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