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폭력’ 가스라이팅...50대 여성 무기징역

금품 갈취→살해→은폐까지 이어진 지배
구성요건 아닌 사실인정…양형 가중요소

 

지인을 가스라이팅하고 지배해 금품을 갈취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장기간 방치한 50대 여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정현기)는 29일 강도살인, 시체유기, 감금, 특수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공범인 50대 남성 2명에게는 각각 징역 25년과 27년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해 5월 15일 새벽 전남 목포시 한 주차장에서 50대 여성 B씨를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비닐로 덮어 무안군의 한 공터에 약 3개월간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피해자 B씨에게 지속적으로 금품을 요구해 왔으며 B씨가 더 이상 돈을 마련하지 못하자 친분이 있던 남성 2명에게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대나무 등으로 B씨를 여러 차례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은닉했다.

 

이들은 범행이 발각되지 않도록 차량을 바꿔 이동하고, 시신을 덮은 비닐에 습기가 차면 소독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을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돈을 갚지 않아 범행했다”고 진술했으나 수사 결과 B씨에게 실제 채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A씨는 수년간 B씨에게 각서를 쓰게 하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금품을 갈취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공범 남성들에 대해서도 자신을 30대 미혼 여성이라고 속이며 심리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범들이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관계를 끊을 것처럼 행세하며 통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피 과정에서도 공범 남성들은 A씨의 지시에 따라 서로를 폭행하거나, 한 남성은 A 씨의 호감을 얻기 위해 자신의 토지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해당 남성은 죄책감을 느끼고 지인에게 범행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법조계에 따르면 ‘가스라이팅’은 형법상 독립된 범죄 구성요건은 아니다. 다만 법원은 이를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저항 능력을 약화·제압하는 상태를 설명하는 사실인정 용어로 사용한다.

 

즉 “가스라이팅이 있었다”는 판단은 곧바로 유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위력·협박·강요·항거불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 사실로 기능한다.

 

실제 판결례를 보면 법원은 이 개념을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2023년 전주지법은 가스라이팅을 “타인의 심리와 상황을 조작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정의하면서도, 그 자체만으로 곧바로 ‘항거불능’이나 ‘위력’이 충족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2023고합81)

 

재판부는 “피고인은 심리적 지배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고, 피해자를 주변 사람들과 단절시키는 방식으로 고립시켰다”며 “피해자 사망 이후에도 죄책감을 보이지 않았고, 피해자의 아들에게 추가로 금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 현저히 결여된 모습을 보였고, 반사회적 성향과 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법원은 가스라이팅을 독립된 범죄로 보지는 않지만,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어떻게 제압했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정황으로 본다”며 “이번 사건처럼 심리적 지배가 금품 갈취와 살인으로까지 이어진 경우에는 범행의 동기와 수법, 죄질을 중대하게 평가해 최고 수준의 형을 선고하는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