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이 과거에 사용하던 이른바 ‘복고형 피싱’ 수법이 충북 제천과 단양 일대에서 다시 등장하면서 경찰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비교적 단순한 방식이지만 실제 피해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천경찰서는 29일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30대 여성 A씨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제천시 하소동에서 60대 여성 B씨에게 접근해 약 1억 원 상당의 순금을 가로채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범행은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피싱 조직은 B씨에게 “카드를 배송할 예정”이라는 전화를 걸었고, B씨가 카드 신청 사실이 없다고 말하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며 불안감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조직은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한 연락처를 문자로 보내 피해자가 해당 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해당 번호는 실제 기관이 아닌 조직원에게 연결되도록 설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같은 방식이 과거 보이스피싱 초기에 사용되던 수법이 다시 등장한 ‘복고형 보이스피싱’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카드 발급이나 개인정보 유출을 미끼로 피해자가 먼저 전화를 걸게 한 뒤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을 사칭해 범죄 연루 사실을 알리는 방식이다.
이후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현금을 인출하거나 금품을 전달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최근에는 현금을 직접 전달받는 대신 순금이나 귀금속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변형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역시 이러한 대면 편취 구조의 범행으로 보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2000년대 초 대만에서 처음 발생한 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확산됐다. 국내에서는 2006년 처음 등장했으며 같은 해 ‘국세청 환급금 사기’ 사건이 대표적인 초기 사례로 알려져 있다. 당시 피해자는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 계좌 정보를 전달해 약 800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후 범죄 조직은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수법을 확대했고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스푸핑 기술과 인터넷 전화 중계기, 가짜 금융사이트 등이 결합되면서 범행 구조가 점차 조직화됐다.
특히 2010년대 이후에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전달받는 이른바 ‘현금 수거책’ 방식이 확산되며 조직 내 역할 분담도 더욱 체계화됐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 법은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사기 이용 계좌의 채권 소멸 절차를 통해 피해금을 환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또 범행 과정에서 통장이나 체크카드, OTP 등 금융 접근매체를 전달하거나 보관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전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
실제 사건에서는 가담한 역할에 따라 형사책임이 달라진다. 피해자를 직접 만나 금품을 전달받는 수거책의 경우 사기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판단돼 공동정범이 인정되는 사례가 많다. 반면 통장이나 카드 전달, 현금 인출 등 일부 역할을 맡은 조직원은 사기 방조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가 함께 적용되기도 한다.
경찰은 A씨가 속한 조직이 동일한 수법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범행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단양에서도 유사한 피해 시도가 확인됐다. 단양경찰서는 최근 60대 남성 C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속임수에 넘어가 3억 원을 인출하려다 금융기관 직원의 신고로 피해를 막은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2일 단양농협 직원이 C씨가 계좌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려는 상황을 수상하게 여겨 거래를 중단시키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피싱 조직은 C씨에게 검찰과 금융기관을 사칭해 연락했고 C씨는 이를 실제 기관의 안내로 오해해 현금 인출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금전이나 금융 거래를 요구하는 전화나 문자는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높다”며 “의심되는 경우 즉시 전화를 끊고 경찰이나 금융기관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