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임원진 줄줄이 수사선상…위증 고발 이어 대표 경찰 소환

개인정보 유출 ‘셀프 조사’ 의혹 확산
국회, 이재걸 부사장 ‘위증’ 고발
로저스 임시 대표는 30일 소환조사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형사 절차로 이어지며 수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국회가 쿠팡 임원들을 잇따라 위증 혐의로 고발한 가운데 한국 법인 임시 대표까지 경찰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경영진 전반을 향한 사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쿠팡 이재걸 법무담당 부사장을 청문회 위증 혐의로 고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해당 안건은 야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여당 주도로 처리됐다.

 

이번 사건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국회 청문회에서의 발언이 형사상 위증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회 위증죄는 일반 형사범과 달리 국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한 범죄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달 30일과 31일 열린 국회 연석 청문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한 쿠팡의 내부 조사 과정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용의자 접촉을 지시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곧바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며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앞서 과방위는 같은 청문회에서 증언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와 박대준 전 대표, 조용우 부사장, 윤혜영 감사위원 등에 대해서도 위증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위증 사건에서는 ▲증인이 국회에서 선서한 상태였는지 ▲문제가 된 진술이 객관적으로 허위인지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진술했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된다. 특히 국회 위증죄는 국회의 고발이 소추 요건이기 때문에 고발 절차와 시기의 적법성 역시 형사 책임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입법기관의 고발과 별도로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은 쿠팡 사건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으며 30일 로저스 임시 대표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로저스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회사 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은폐하거나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됐다. 적용된 혐의는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등이다.

 

그는 이달 21일 한국에 입국한 뒤 경찰의 세 번째 출석 요구에 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저스 대표는 국회 청문회 다음 날인 지난 1일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국했으며 이후 경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를 상대로 내부 조사 발표 과정에서 증거 인멸 정황이 있었는지, 이른바 ‘셀프 조사’ 결과 발표가 어떤 절차로 이루어졌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개인정보 유출 자체에 대한 민사 책임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률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가 법 위반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해 정보주체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으며 이 경우 기업은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지 않으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는 법정손해배상 제도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현행 법은 개인정보가 분실·도난·유출된 경우 정보주체가 300만원 이하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최근 판결에서 정보주체는 개인정보 유출 사실만 입증하면 되고 손해 발생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유출된 정보의 성격이나 식별 가능성, 제3자 열람 여부, 추가 피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제 위자료 책임이 인정되는지는 개별 사건마다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약 3000만 건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유출 행위의 피의자로 지목된 A씨에 대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통해 소환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회신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 고발 조치와 경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쿠팡 경영진의 형사 책임 여부뿐 아니라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증 혐의와 개인정보 유출 책임 문제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수사가 어느 범위까지 확대될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