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스캠조직 ‘룽거컴퍼니’ 조직원에…검찰, 징역 30년 구형

피해자 수백 명·편취액 수백억 원 규모 판단
하부 조직원까지 일률적 중형 구형 논란도

 

동남아 국경지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대규모 스캠 범죄에 가담한 이른바 ‘룽거컴퍼니’ 조직원들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3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정곤)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범죄단체가입·활동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와 강모 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강 씨에 대해서는 1200만 원의 추징도 함께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폭행과 감금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체포 당시 특별한 외상이 확인되지 않았고, 자발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은 단순 현금 수거책과 달리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대한 확정적 인식을 갖고 조직적으로 활동한 사례”라며 “기능적 행위 지배가 인정돼 공범으로서 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형’은 검사가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형량에 관한 의견이다.

 

피고인 신문과 증거조사가 끝난 뒤 사실관계와 법률 적용에 대한 검사의 종합 판단을 밝히는 절차지만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판사는 검찰 구형보다 낮게 선고할 수도, 더 높게 선고할 수도 있으며, 구형을 반드시 참고해야 할 의무도 없다.

 

다만 현실에서는 구형이 처음 제시되는 ‘숫자’라는 점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대응 전략, 재판의 분위기 등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동해 왔다.

 

최 씨와 강 씨는 캄보디아 국경지대에서 설립돼 이후 태국으로 근거지를 옮긴 범죄조직 ‘룽거컴퍼니’에 올해 1~4월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조직 내 ‘로또 보상 코인 사기팀’ 등에서 팀원으로 활동하며 최 씨는 피해자 206명으로부터 약 66억 원을, 강 씨는 691명으로부터 약 150억 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에는 식당에 음식 주문을 한 뒤 대금을 지급할 것처럼 속여 식재료를 소진하게 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방해한 혐의도 적용됐다.

 

피고인들은 최후진술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강압적인 환경에서 범행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고, 피해 금액 산정이 과도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최 씨는 “코로나19로 식당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에 속아 들어갔다”며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범행을 이어갔다”고 했고, 강 씨는 “평생 속죄하면서 살겠지만 150억 원이 넘는 피해 금액은 사무실 수익의 6~7배”라며 “다른 조직의 피해금도 포함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2월 11일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20일 서울남부지법 해당 재판부는 유사한 동남아 스캠 조직 사건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하부 조직원에게까지 일률적으로 징역 30년을 구형한 데 대해 “무차별적 구형”이라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총책부터 팀원까지 조직 내 지위와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고, 가담 정도 역시 서로 다르다”며 “정상이 다른데도 조직원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30년을 구형해 재판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실무에서 최근 캄보디아 스캠 사건 이후 검찰이 조직형 범죄에 대해 다소 과도하게, 그리고 직책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중형을 구형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실제 재판부의 선고는 전체 편취금액만이 아니라 피고인별 역할, 가담 기간, 실제 취득 이익, 수사 협조 여부 등을 종합해 훨씬 세분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에서는 ‘조직의 규모’보다 ‘개인의 책임 범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소명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총책과 팀원, 유인책과 상담원 사이의 역할 차이, 실제로 이익을 취득했는지 여부, 범행에서 이탈이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등을 객관적 자료로 정리해 제시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변호사는 “구형 숫자에만 위축되기보다, 판결문에서 법원이 무엇을 양형 요소로 보는지 정확히 짚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