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해 보이는 얼굴...그 안에 숨은 두 얼굴의 연쇄살인마

2006년, 8명 살해한 연쇄살인범
순박한 얼굴 뒤에 폭령성 숨겨...
피해자 손톱 깎아 증거 인멸 시도
전문가, "사이코패스 특징 보인다"

 

2009년 4월 수원지법, 4년 전 벌어진 방화사건을 두고 피의자와 검찰 간의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안산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서 시작된 불로 피고인의 아내와 장모가 사망한 사건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은 방화살해였고 피고인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그가 아내의 보험금을 노리고 방화살해를 저질렀다고 봤다. 그러나 피고인은 검사가 본인 사건에 형까지 옭아매겠다고 협박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반박했다. 방화혐의에 대해 공판 내내 억울함을 호소하던 피고인이 순순히 인정한 혐의도 있었다. 바로, 부녀자 8명을 연쇄 살인한 혐의였다.

 

2009년 4월 22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이 사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부녀자 8명을 살해한 혐의와 2005년 벌어진 방화살해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라고 판결했다. 피고인의 이름은 강호순이었다.

 

 

강호순은 스스로를 “사이코패스”라고 지칭했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사이코패스에 대해 방송하는 것을 봤는데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본인이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범죄전문가들에게도 그는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 불가능한 범죄자였다. 범행 동기를 묻는 경찰에 강호순은 “이유가 없다”, “그냥 죽였다”는 말만 반복했다.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범행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의 성장 과정을 추적해 봐도 가정 형편이 불우했다거나, 학대나 폭력에 시달렸다거나 하는 등의 연쇄살인범이 될 만한 특이점이 보이지 않았다. 정신과 전문의와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강호순을 ‘쾌락형 연쇄살인범’으로 진단했다.

 

강호순이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약 2년 사이, 경기 서남부를 중심으로 귀가 중이던 여성들의 실종 사건이 반복됐다. 노래방 도우미였던 여성을 시작으로 부녀자 5명이 잇따라 실종되자 당시 언론은 이를 연쇄 실종이라 불렀다. 이들은 모두 강호순을 마지막으로 만난 여성들이었다.

 

 

강호순은 자상한 말투와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여성들의 호감을 샀다. 총 네 번을 결혼했고 검거 당시에도 세 명의 애인이 있었을 정도였다. 강호순은 이런 자신의 호감형 인상을 이용해 피해 여성들을 유인했다. “데려다주겠다”며 차량에 태우는 수법이었다. 그리고 여성들이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을 내려놓는 사이 살인마의 본색을 드러냈다. 성폭행을 하거나 금품을 빼앗고 피해자들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야산 등지에 암매장했다.

 

마지막 사건은 군포에서 벌어졌다. 강씨는 귀가 중이던 여대생을 유인해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살해했다.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질 것을 우려해 손끝을 훼손하기까지 했다. 강씨는 여대생의 신용카드에서 현금을 인출하기도 했는데 이때 은행에 찍힌 CCTV가 검거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

 

경찰은 마지막 실종자의 동선을 추적하다 강호순의 흔적을 발견했고 그를 용의자로 특정해 체포했다. 강씨는 검거 직후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다가 은행 CCTV와 그의 점퍼에서 나온 피해자 DNA가 차례로 증거로 제시되자 범행을 시인했다.

 

강호순은 증거가 나왔을 때만 범행을 인정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희생자는 방화 사건을 제외하고 최소 8명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가 사용한 범행 도구에서 밝혀진 피해자와 일치하지 않는 DNA 두 개가 검출되었다. 특히 일부 피해자가 노래방 도우미 등 사회적 연결망이 취약한 직업군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려지지 않은 범행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

 

살인 등의 혐의로 1심 판결을 받은 강호순은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선고 받고 상고를 하지 않아 2009년 7월 31일 사형이 확정됐다. 현재는 서울구치소에 사형수 신분으로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