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폭행 의심해 항의한 학부모, ‘정서적 학대 아냐’…2심도 무죄

 

자신의 딸을 때렸다고 생각해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를 찾아가 큰소리로 항의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30대 학부모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해당 행위가 부적절할 수는 있으나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정서적 학대’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성래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39·여)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11일 자신의 딸(9)이 학교에서 맞았다는 말을 듣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B군(11)과 그의 어머니 C씨를 찾아가 “너 때렸어, 안 때렸어? 맞은 사람만 있고, 때린 사람은 없냐”라고 큰소리로 말하며 약 10분간 다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A씨의 언행이 B군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상황이 촬영된 영상을 근거로 A씨의 대화 대부분이 B군이 아닌 보호자인 C씨를 향해 이뤄졌고, B군에게 직접 말을 건 장면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또 사건 당시가 폭행 여부에 대한 사실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A씨의 발언 역시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범위를 현저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정서적 학대 행위는 영상 내용과 모순되거나 반하는 부분이 있고, 이를 뒤집을 만한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증거도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범죄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검사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언행이 다소 감정적으로 보일 수는 있으나, 이를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학부모의 강한 항의나 감정적 대응이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인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례”라며 “정서적 학대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일회적 언행이나 불쾌감 유발을 넘어, 아동의 정신적 발달에 중대한 해악이나 그에 준하는 위험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는 기준을 법원이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