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내란, 다른 형량”…한덕수 23년·이상민 7년, 16년 격차 왜

가담 정도·사후 행위가 형량 좌우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나란히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지만, 두 사람의 형량은 16년이나 벌어졌다. 같은 혐의가 적용됐음에도 이처럼 극명한 차이가 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어 12일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두 사람 모두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한 전 총리는 구형량보다 8년 무겁게, 이 전 장관은 8년 가볍게 선고받았다.

 

형법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대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법정형의 폭이 넓은 만큼 구체적인 가담 정도와 지위, 행위 내용, 사후 행위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두 사람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형법상 내란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출발선은 같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 윤 전 대통령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고 사후적으로 진실을 은폐하려 위증했으며,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와 헌정질서를 훼손하려 했다는 점을 불리한 양형 요소로 들었다. 기본적인 판단 구조는 유사했다.

 

그럼에도 형량이 갈린 가장 큰 이유로는 국무총리의 헌법적 지위와 책임 범위가 꼽힌다. 형사합의33부는 한 전 총리 선고 당시 국무총리의 권한과 책무를 상세히 설시했다.

 

재판부는 “국무총리는 민주적 정당성을 간접적으로 부여받은 헌법기관으로서 대통령과 다름없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수호할 의무를 진다”고 밝혔다. 또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해 회의를 운영하고 모든 국무위원에게 소집을 통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형사합의32부는 이 전 장관 선고에서 장관직의 헌법적 위상이나 별도의 책무를 장황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가담 정도 역시 형량 차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받아 소방청장에게 협조를 지시한 사실이 인정됐으나, 그 외 국무회의 운영이나 사후 조치에 관여한 구체적 행위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판단됐다.

 

반면 한 전 총리는 국무회의 심의의 외관을 갖추기 위해 국무위원들로부터 서명을 받았고, 계엄 해제 이후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를 훼손한 행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를 내란 실행의 외형을 갖추고 사후 은폐를 시도한 행위로 봤다.

 

또 하나의 차이는 기존 내란 판례의 적용 여부에 대한 시각이었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을 윤 전 대통령과 추종 세력에 의한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하며, 과거 ‘아래로부터의 내란’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양형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는 1990년대 내란 혐의로 기소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1심 형량(징역 22년 6개월)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류경진 부장판사가 선고한 이 전 장관의 형량은 12·12 군사반란 사건에서 내란 모의에 참여한 신군부 핵심 인물들이 확정받은 징역 7~8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결국 두 사람은 같은 죄명 아래 법정에 섰지만, 헌법상 지위, 내란 가담의 구체적 행위, 사후 조치, 그리고 판례 적용에 대한 재판부의 법리적 시각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16년의 간극을 낳은 셈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같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라 하더라도 피고인의 헌법적 지위와 책임 범위, 실행 과정에서의 역할, 사후 은폐 행위 여부에 따라 양형 판단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총리와 장관은 헌법상 위상과 권한이 다르기 때문에 재판부가 책임의 무게를 달리 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