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넘어 100억대 금융사기까지..진화하는 딥페이크 범죄

기술 고도화가 범죄 정교화로…

 

딥페이크 기술이 성적 허위 영상물 유포를 넘어 대규모 금융사기 범죄에도 활용되면서 인공지능(AI) 기반 범죄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술 고도화가 범죄 수법의 정교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방법원 형사5단독 강건우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허위영상물 반포) 혐의로 기소된 A씨(20대)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23년 7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자택에서 여성 인터넷 방송인의 얼굴을 합성한 나체 사진과 영상을 제작해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해 7월부터 9월까지 총 7건의 허위 영상물을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허위 영상물의 제작 및 유포는 피해자에게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범죄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만 18세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점과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딥페이크 성적 합성물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에 따라 처벌된다. 해당 조항은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하고 이를 반포·전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2021년 광주지방법원은 연예인 얼굴을 합성한 영상을 텔레그램 대화방에 게시한 사건에서 허위영상물 편집·반포죄를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딥페이크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에 공개된 얼굴 사진만으로도 누구나 손쉽게 음란한 허위영상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그 피해자가 느끼는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은 신체 접촉에 의한 성폭력범죄와 비교해도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을 통한 유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도 연결된다.

 

같은 법 제44조의7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음란 정보 등 불법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처리거부·정지·제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도 부과된다.

 

아울러 딥페이크 합성물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내용으로 유포될 경우 정보통신망법 제70조(사이버 명예훼손)가 적용될 여지도 있다.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공연히 드러낸 경우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

 

사안에 따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죄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함께 문제될 수 있다.

 

통계도 범죄 확산 양상을 보여준다. 지난해 경찰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딥페이크 범죄는 96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506명이 검거됐고 23명이 구속됐다.

 

특히 피의자 중 10대 청소년이 81.2%(411명)를 차지했고, 촉법소년도 15%(78명)에 달했다.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범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딥페이크는 금융범죄로도 번지고 있다. 울산지방검찰청 형사4부는 최근 캄보디아 현지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로맨스 스캠’ 범죄를 벌인 30대 한국인 부부를 범죄단체조직·활동 및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4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캄보디아 보레이 지역 등에서 범죄단체를 조직해 활동하며 가상 인물을 만들어 연인인 것처럼 접근한 뒤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내국인 97명으로부터 약 101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 이들은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가상 인물의 이미지와 음성을 활용해 피해자들과 장기간 대화를 이어가며 신뢰를 형성했고, 가상자산 및 해외 투자 명목으로 자금을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기술 발전이 범죄의 접근성과 은밀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입법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딥페이크 피해 방지 및 삭제 의무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플랫폼 사업자의 삭제·차단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 24시간 이내 삭제·차단을 의무화하고, 비동의 추정 원칙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딥페이크 범죄는 단순한 합성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 결과물이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고 어떤 법익을 침해했는지에 따라 적용 법조와 형량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적 합성물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를 중심으로 엄격히 처벌되는 추세이며, 반포 목적은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인정되고 있다”며 “특히 조직적 금융사기와 결합할 경우 전기통신금융사기·특경법상 사기·범죄단체 책임까지 확대돼 형사 리스크가 매우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기술 발전 속도를 법·제도가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라며 “형사처벌 강화와 함께 플랫폼의 선제적 차단 체계 구축, 청소년 대상 디지털 윤리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