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의 한 농촌 마을에서 발생한 ‘오인 파묘’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타인의 묘가 잘못 파헤쳐진 데 이어 유골까지 화장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유가족은 “아버지를 두 번 떠나보낸 것 같다”고 호소했다.
26일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유가족은 “남편 묘가 파묘됐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훼손된 봉분과 사라진 유골을 확인한 뒤 큰 충격에 빠졌다. 자녀들 역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했다”고 털어놨다.
초기에는 멧돼지 등 야생동물에 의한 훼손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봉분 상태는 누군가 삽으로 파헤친 듯한 흔적이 뚜렷했다. 마을 이장도 “사건 당일 묘 인근에서 낯선 사람 2명을 봤다”고 증언했다.
이후 유가족은 면사무소를 찾아 개장 신고 여부를 확인했고, 사건 발생 이틀 전 인근 묘지에 대한 개장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해당 사건은 이웃 주민의 합장 과정에서 발생한 ‘묘지 착오’로 드러났다.
이웃 측이 기존 가족묘에 고인을 합장하는 과정에서 장례지도사가 다른 묘를 잘못 파헤친 것이다. 해당 장례지도사는 가족 참관 없이 단독으로 작업을 진행했으며, 사진과 영상만을 전달받아 약 70m 떨어진 묘를 오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미 유골이 화장된 뒤였다는 점이다. 고인은 생전에 “화장하지 말고 매장해 달라”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유골은 회수됐지만 이미 화장된 상태였고, 유가족은 납골당에 임시 안치한 뒤 최근 묘지 인근에 다시 안장했다.
유가족은 분묘발굴 및 유골손괴 혐의로 형사 고소를 진행했지만, 수사기관은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묘지 위치가 유사하고 사전 인지 가능성이 낮았다는 판단에서다.
피해 가족 측은 “이웃 간에 벌어진 일이라 더 고통스럽다”며 “마을에서는 거액의 합의를 요구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어 이중으로 상처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상균 변호사는 “분묘발굴죄나 유골손괴죄는 타인의 분묘라는 인식이 있어야 성립하는 고의범 성격이 강하다”며 “이 사건처럼 묘지를 착오로 특정한 경우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유가족의 추모 감정이 침해된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될 수 있다”며 “착오로 분묘를 발굴하고 유골을 화장한 사례에서도 위자료가 인정된 판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확인 절차 없이 발굴과 화장까지 진행된 점에서 과실 책임이 문제 될 가능성이 크다”며 “장례지도사와 장례업체, 개장을 의뢰한 측 등을 상대로 위자료와 재안장 비용 등을 포함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