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현재 1심 재판 중인 피고인입니다. 저는 1인이 운영하는 술집의 여주인을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했다는 혐의(준강간)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피해자가 만취한 것은 맞지만, 완전히 의식을 잃었거나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눈을 뜨고 반응을 했고 대화도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시 상황을 어떻게 입증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새벽 2시가 되어 영업시간이 끝나 손님들이 모두 나가고 저도 가게를 나섰습니다. 그런데 놓고 온 물건이 생각나 다시 돌아갔고, 여주인이 소파에 누워있어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던 중 여주인의 남편이 가게에 들어와 저를 준강간으로 신고했습니다. 검찰은 제가 불 꺼진 주점에 다시 들어간 것을 ‘범행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가게 내부 CCTV가 있지만 제가 있던 곳이 사각지대라 캄캄한 화면 속에 물체만 어렴풋이 보이는 수준이고, 피해자의 진술 외에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주변에서는 범행을 인정하고 합의하라고 하는데, 제 상황과 유사한 사례의 판례나 제가 취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이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에스의 임태호 변호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질문자님이 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의제 추행 사건에서 합의가 되지 않은 사건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선회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번 사건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고인의 진술 태도와 사건 이후의 선택이 어떤 방식으로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사건은 피의자가 랜덤 채팅 앱을 통해 만난 여성이 자신의 나이를 17세라 밝혀, 그 말을 믿고 본인도 19세라고 속이며 만남을 이어간 데서 시작됐다. 피의자는 수사 초기부터 피해자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가슴을 만진 사실에 대해서는 숨김없이 자백했다. 다만 피해자에게 폭행이나 협박 등 위력을 행사한 정황은 없다는 점을 의견서로 소명했고, 경찰 역시 CCTV 분석을 통해 강제추행의 핵심 요소인 ‘위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피해자의 실제 나이가 17세가 아니라 15세로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의제 추행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성립한다. 더욱이 피해자의 나이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여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아니라 피해자의 외모, 상황 등 모든 요소를 종합해 판단된다. 피고인이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고등학생으로 알았지만, 중학생이라고 해도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진술한 부분은 결국 미필적 인식을 부
Q. 안녕하세요. 9월 초에 선고유예 관련해서 편지 보냈었는데 아직 게재되지 않아 다시 질문드립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어떤 경우에 선고유예가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1심에서 형이 나왔다면 2심부터는 선고유예가 나오기 어려울까요? 판결이 있으면 함께 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꼭 답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질문에 답변드립니다. 선고유예의 요건은 ‘1년 이하의 징역,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 ‘전과가 없을 것’, ‘피해회복이 되었거나 사안이 경미하고 재범가능성이 없는 경우’입니다. 성범죄는 모든 범죄의 법정형이 매우 중하기 때문에 선고유예 판결이 적은 편입니다. 다만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같은 성범죄 혐의에도 누군가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의 경우 카메라등이용촬영죄, 불법촬영물소지죄, 아동성착취물소지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는 물론 아동성매수와 같은 중한 성범죄 사건들에 대하여도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행해 온 동일 혐의의 검찰 기소유예 처분 사례를 다수 제출하고, 다른 법원의 선고유예 사례도 제출하는 등의 변론 활동을 통해 선고유예 판결을 이끌어 내
지난 8월, 법원이 AI로 합성된 사진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여러 언론이 “AI 음란물, 실존 인물 아니면 무죄”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사건을 수행한 것은 우리 법인 형사팀이었다. 흥미로운 사건이라고 생각해 여러분들께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우선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피고인은 텔레그램 채팅방에 실존 여성의 얼굴을 나체에 합성한 사진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직접 합성한 것이 아니라, 다른 텔레그램방에서 내려받은 사진을 ‘전달하기’ 기능으로 올린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우리는 수사단계에서 경찰이 사진이 처음 게시된 채널(편의상 ‘B방’)에 대한 수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B방을 수사해야 피해자의 실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사 이후 곧바로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며 관련 수사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검찰은 합성물 ‘제작’ 혐의는 입증하지 못한 관계로 피고인을 합성물 ‘유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사진의 배경이 실제 헝가리 소재 온천으로 추정되고, 피고인이 참여했던 다른 텔레그램방이 ‘지인능욕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실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