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음란물 무죄” 논란으로 본 AI시대의 형사책임

‘ AI 음란물’ 무죄 사건에 대한 회고
가상현실의 경계를 보는 법의 태도

 

지난 8월, 법원이 AI로 합성된 사진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여러 언론이 “AI 음란물, 실존 인물 아니면 무죄”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사건을 수행한 것은 우리 법인 형사팀이었다. 흥미로운 사건이라고 생각해 여러분들께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우선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피고인은 텔레그램 채팅방에 실존 여성의 얼굴을 나체에 합성한 사진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직접 합성한 것이 아니라, 다른 텔레그램방에서 내려받은 사진을 ‘전달하기’ 기능으로 올린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우리는 수사단계에서 경찰이 사진이 처음 게시된 채널(편의상 ‘B방’)에 대한 수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B방을 수사해야 피해자의 실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사 이후 곧바로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며 관련 수사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검찰은 합성물 ‘제작’ 혐의는 입증하지 못한 관계로 피고인을 합성물 ‘유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사진의 배경이 실제 헝가리 소재 온천으로 추정되고, 피고인이 참여했던 다른 텔레그램방이 ‘지인능욕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는 실존 인물로 보인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실재 여부는 전혀 특정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했다. 수사기록을 검토한 후 “피해자가 실존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즉 얼굴 자체가 AI로 합성된 가상의 인물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텍스트 몇 줄만 입력해도 실존 인물과 구분하기 어려운 얼굴을 자동 생성하는 기술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니라,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 방어의 핵심 논리였다.

 

그러나 유포죄의 특성상, 단 한 장의 사진을 유포하더라도 실형의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재판단계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한 행동에 용서를 구함과 동시에 충분한 양형자료를 제출했고, 변호인은 ‘AI로 얼굴을 합성하는 것이 너무나 쉬운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여성은 실존 인물이 아닐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죄판결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하는 취지의 변론을 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판결문은 “사진의 원본이나 합성 경위를 확인할 자료가 없고,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실제 사람과 가상의 인물 구별이 어려워진 현실을 감안할 때, 피해자가 실제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무죄가 선고되었고,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으로 ‘AI로 합성 음란물을 만들더라도 실존 인물이 아니기만 하면 무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실존 인물이 아니라면 합성물제작 및 유포죄가 무죄인 것일 뿐이다.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유포죄는 ‘실존하는 피해자’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음란물유포죄는 그렇지 않다. 즉, 검찰이 공소장을 달리 구성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이번 판결은 결국 “법이 현실의 기술을 얼마나 따라잡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성범죄 영역을 넘어, AI가 개입한 모든 범죄 영역에서 ‘인간’과 ‘가상’의 경계를 어디까지 법이 인정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과제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