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 수사 속에서 만들어진 자백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하지도 않은 범죄를 인정하는 순간, 선택지는 사라졌고 그 대가는 무기징역이라는 형벌이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으로 21년 넘게 복역한 뒤 2021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장동익 등대장학회 이사장과 최인철 이사는 수사 초기의 자백이 폭력과 강요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는 압박 속에서 진술이 굳어졌고, 그 자백이 재판 전 과정에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고 회상했다. 최 이사는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서 자연보호 감시원으로 활동하던 중 ‘3만 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됐다. 장 이사장은 두 살배기 딸을 안고 있던 집 앞에서 이름이 불린 뒤 사하경찰서로 향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교도소 안의 현실도 녹록지 않았다. 의료 공백, 과밀수용, 장기수의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누적돼 있었다고 했다. 출소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취업의 문은 좁았고,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버텼다. “끝까지 살아 있어야 누명도 벗을 수 있다”는 말이 유일한 버팀목이었다고 한다.
Q. 안녕하세요. 저는 조건 만남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미성년자였다고 합니다. 만약 제가 그 사실을 몰랐다면 저는 아청법 위반으로 인한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저는 상대의 외모가 성인처럼 보였는데, 이 부분도 법적으로 의미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또 상대방이 ‘미성년자임을 밝혔다’ 고 주장하면 해당 진술만 가지고도 유죄가 성립될 수 있을까요? 더불어 이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성범죄 재판과 함께 판단될 수도 있는지, 만약 병합 되지 않고 따로 재판을 받게 되면 형량이 더 무거워지는지도 궁금합니다. 저처럼 이런 상황에 놓인 경우 가장 중요한 대응 원칙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의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 13조 제1항은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행위자가 ‘상대방이 아동·청소년임을 인식했는가’ 하는 점, 즉 범죄의 ‘고의 (故意)’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고의범 처벌을 원칙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와 자금세탁 사건의 어려움은 범죄 구조가 이미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전기통신을 이용한 기망, 계좌 이동, 인출·전달, 조직적 지시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하나의 기능만 수행돼도 전체 범죄가 작동한다. 따라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 전모를 인식했는지보다 범행 구조 내에서 어떤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했는지, 그리고 그 기능이 범죄 실행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한다. 최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주는 전통적 보이스피싱을 넘어 주식 리딩방 투자 권유, 로맨스 스캠, 가짜 투자 사이트, 메신저 피싱 등 다양한 방식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판례가 확장되고 있다. 법원은 구체적 기망 내용보다 ‘통신을 이용한 기망 및 송금 유도 구조’인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자금세탁 또한 이 범죄 구조의 핵심 기능으로 보아 엄중하게 평가된다. 계좌 양도나 인출·송금 등 자금 이동을 담당한 경우, 법원은 이를 ‘범죄 완성을 위한 실질적 기능 수행’으로 판단 하고, 단순 계좌 제공만으로도 범죄 인식 가능성을 추정 하는 경우가 많다. 입출금 패턴이 비정상적이면 ‘몰랐다’ 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필요한 전략은 피고인의
성범죄 사건을 맡을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속도’다. 사건은 빠르게 굳어지고, 한번 굳어진 인상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객관적 물증이 부족한 경우에는 진술이 전부인 경우가 많고, 그 진술이 곧 사건의 프레임이 된다. 그 프레임이 사실관계의 촘촘한 확인보다 ‘분위기’와 ‘감정’쪽으로 먼저 달려갈때 문제가 생긴다.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상대의 말을 무조건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이 사실과 정합적인지, 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는지, ‘증명’의 기준에 따라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사건도 출발할 당시에는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리는 ‘진술 대 진술’ 상황이었다. 의뢰인은 캠프에서 알게 된 여성과 술 을 마신 뒤, 피해자가 만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렀음을 이용해 간음하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공소사실의 요지는 이렇다. 의뢰인이 피해자를 방으로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침대에 눕히고 성적 행위를 시도했으며, 잠에서 깬 피해자가 이를 거부해 준강간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함정은 피해자 진술을 무조건 거짓으로 치부하며 부정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변호인의 역할은 그 사이에서
Q1. 안녕하세요. 저는 사기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곧 출소를 앞둔 사람 입니다. 피해 회사와 민형사상 합의를 했는데, 형사 판결이 있기 전 확정된 민사 판결로 인한 집행권원이 있을 경우 피해 회사가 기존에 집행하지 못한 민사 채권을 제게 청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합의서에는 ‘민·형사 합의’라는 문구 한 줄만 들어갔고 기존 채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이럴 때 이를 근거로 채무자가 압류해제를 신청할 수 있는지, 또 가능하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A1.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로유의 배희정 변호사입니다. 먼저 해당 답변은 질문의 내용만을 근거로 작성한 것이므로 실제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안내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질문하신 경우에는 피해자가 기존에 확정된 민사판결을 근거로 아직 집행하지 못한 민사채권을 청구·집행할 수 있고 단순한 ‘민·형사 합의’ 문구만으로는 기존 압류나 향후 집행을 막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먼저 이미 확정된 민사판결이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민사판결이 확정되면 그 판결은 그 자체로 집행권원이 되고, 채권자는 그 판결에 기해 언제든지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법
마약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변호사님, 제 사건은 마약의 양이 너무 많아서 이미 끝난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이다. 특히 마약의 무게가 쟁점이 되는 사건에 연루된 이들일수록 이 질문을 반복해서 던진다. 수사기록에 적힌 수치, 압수조서에 기재된 무게, 감정서에 등장하는 숫자 하나만을 보고 이미 결론이 정해졌다고 체념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마약 사건을 오랜 시간 다뤄온 실무자의 입장 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는데, 마약 사건은 숫자 하나만으로는 절대 결과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상당 기간 마약 사건을 전담해 왔고, 마약 분야 공인전문검사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는 관련 사건을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마약 사건은 여전히 주요 한 필자의 업무 영역 중 하나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는데, 마약 사건에서 핵심은 ‘얼마나 많은 양이 나왔느냐’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무게가 어떤 과정과 기준을 통해 산출됐는지, 그리고 그 수치가 피의자의 실제 행위와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다. 이른바 ‘마약 무게 사건’을 다
의뢰인들과 상담하다 보면 이전에 선임했던 변호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 “1심 변호사가 제대로 준비를 안 해준 것 같아요”, “변호사가 제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어요”와 같은 하소연들이다. 항소심을 준비하는 의뢰인이라면 변호사에 대한 절박함은 남다르다. 상고(3심)는 법률 위반이나 중대한 절차 위반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항소심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피고인들이 변호사 선임 과정에서, 그리고 선임 이후 변호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들이 있다. 내 사건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변호사와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형사 절차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피고인과 검사의 대등한 지위 보장 그리고 판사를 설득할 서면의 작성이 그것이다. 형사재판, 특히 항소심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수사 기록과 공판 기록을 손에 쥔 검사와의 펜싱 경기와 같다. 유리한 무기를 손에 쥔 검사와의 대결에서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대등하게 싸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는 검사의 손에 쥐여있는
Q. 안녕하세요. 저는 지병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워 사회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사정상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재판을 진행해 왔습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공소시효와 관련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느껴 제 사건이 법적으로 공소시효가 어떻게 적용되는 사건인지 정확한 답을 알고자 글을 남기게 됐습니다. 제 사건은 2017년 3월 27일경 서울 마약수사대의 함정 수사로 단속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저는 마약수 사대로 임의동행했고, 현장에서 실시한 간이 시약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수사관은 제 모발과 소변을 채취해 압수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고 저는 별도의 구속 조치 없이 귀가했습니다. 그로부터 20일가량이 지난 시점에 마약수사대 형 사로부터 전화가 왔으나 이를 받지 않 았고, 이후 출석을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습 니다. 사건은 제 주소지 관할인 의정부지방검찰청으로 이첩됐고, 검찰청 직원들이 여러 차례 제 주거지를 방문했으나 저는 체포에 대한 두려움으로 2017년부터 2024년 10월 14일까지 주소지를 피해 생활했습니다. 그러던 중 2024년
2017년 ‘미투 운동’이 계기가 되어 형성된 ‘성인지 감수성’ 법리는 우리나라 성범죄 판단 구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특수성·맥락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사회구조와 성별 권력관계, 2차 피해 위험 등을 고려해야 한다” 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고 이후 하급심 역시 이러한 판단 기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또 다른 양상을 보게 되었 다. 성인지 감수성은 본래 실제 피해가 존재함에도 ‘증거 부족’ 이라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던 사각지대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리였다. 그런데 이 법리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과 도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향으 로 오남용되면서, 의도치 않게 무고한 가해자가 양산되는 부 작용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은 기억의 단편화, 트라우마로 인한 시기 혼동, 진술 과정의 왜곡 등 다양한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완벽하게 일관된 진술’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나는 여러 사건에서 피해자가 겪는 이러한 현실을 수없이 보아왔다. 그러나 문제는 일관성 결여의 원인이 ‘트라우마 때문인지’, ‘허위신고 때문인지’를 구별하는 기준이 명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