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변호사를 선택하는 법, 그리고 200% 활용법

항소심 재판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
사건에 전문성 갖춘 변호사 만나야
모든 사건 경위 전달하는 것이 중요
변호사와의 협력에 따라 결과 달라져

 

의뢰인들과 상담하다 보면 이전에 선임했던 변호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 “1심 변호사가 제대로 준비를 안 해준 것 같아요”, “변호사가 제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어요”와 같은 하소연들이다. 항소심을 준비하는 의뢰인이라면 변호사에 대한 절박함은 남다르다.

 

상고(3심)는 법률 위반이나 중대한 절차 위반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항소심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피고인들이 변호사 선임 과정에서, 그리고 선임 이후 변호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들이 있다. 내 사건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변호사와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형사 절차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피고인과 검사의 대등한 지위 보장 그리고 판사를 설득할 서면의 작성이 그것이다. 형사재판, 특히 항소심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수사 기록과 공판 기록을 손에 쥔 검사와의 펜싱 경기와 같다. 유리한 무기를 손에 쥔 검사와의 대결에서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대등하게 싸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는 검사의 손에 쥐여있는 무기, 즉 기록을 법리적으로 분석해서 약한 고리를 확인하게 된다. 사실관계를 입증할 증거관계와 법리적 쟁점을 진단하고 판사 앞에서 피고인을 대신해 검사와 대등하게 공방을 주고받음으로써 대등한 지위를 형성한다. 또 수사 기록과 공판 기록의 미진함을 지적하고 피고인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판사의 심증을 뒤흔들 수 있는 의견서를 제출한다.

 

변호사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변호사의 법조 경력, 각종 표창과 수상 경력 등 직위에 주목한다. 물론 이러한 경력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들이 실제 변호 능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처한 상황과 유사한 사건을 다룬 경험이 많은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같은 형사사건이라도 영역별로 각 변호사의 전문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변호사와 상담할 때는 ‘결과를 장담’하기보다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형사절차의 각 단계에서 경찰, 검사, 판사는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담당 검사, 담당 판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증거관계, 피고인의 태도, 피해자의 법정진술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한 변수와 재량을 무시하고 “무조건 무죄 받을 수 있다”, “집행유예는 확실하다” 등의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각 선택에 따른 리스크와 이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변호사와 함께해야 한다.

 

앞선 조언에 따라 좋은 변호사를 찾았다면, 이후에는 최선의 변호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상담하기 전 사실관계와 요청 사항 등을 미리 글로 작성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정된 접견 상황에서 말로만 상황을 전달할 경우 정작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거나 핵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상담 전에 사건의 경위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사건 관계인들의 관계, 주고받은 대화 내용, 증거가 될 만한 자료 목록 등을 미리 글로 작성한다면 상담 시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력 있는 변호사일수록 많은 의뢰인이 찾아오고 하루에도 여러 건의 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에 구두로 들은 모든 상담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상담 시작 전에 의뢰인이 미리 작성해 둔 문서를 변호사에게 전달하면 변호사는 언제든 그 내용을 정확하게 복기할 수 있다.

 

또한 변호사와 상담 과정에서 모든 내용을 숨기지 않고 전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방어기제로 인해 나에게 불리한 내용을 무의식적으로 숨기기도 하고, 변호사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의도적으로 숨기기도 한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한 말은 어떤 경우에도 외부로 누설되지 않기 때문에 솔직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라도 의뢰인이 말하지 않은 사실이 갑자기 법정에서 튀어나오게 되면 완벽하게 대응하기란 어렵다.

 

이는 전장에 나가는 아군 장수의 등에 칼을 꽂는 것과 마찬가지다. 변호사는 모든 사실을 알아야 최선의 방어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법적으로 불리할 것 같은 사실이라도 기억나는 모든 것을 최대한 상세하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구속 상태에서 진행되는 항소심은 변호인 선임과 소통 등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변호사와의 직접 접견뿐만 아니라 바깥의 가족과 지인의 도움을 받아서 잘 준비한다면 유무죄 여부는 물론 형량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