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에 적은 ‘민·형사 합의’ 문구, 채권 소멸의 근거 될까?

 

Q1. 안녕하세요. 저는 사기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곧 출소를 앞둔 사람 입니다.

 

피해 회사와 민형사상 합의를 했는데, 형사 판결이 있기 전 확정된 민사 판결로 인한 집행권원이 있을 경우 피해 회사가 기존에 집행하지 못한 민사 채권을 제게 청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합의서에는 ‘민·형사 합의’라는 문구 한 줄만 들어갔고 기존 채권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이럴 때 이를 근거로 채무자가 압류해제를 신청할 수 있는지, 또 가능하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A1.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로유의 배희정 변호사입니다. 먼저 해당 답변은 질문의 내용만을 근거로 작성한 것이므로 실제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안내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질문하신 경우에는 피해자가 기존에 확정된 민사판결을 근거로 아직 집행하지 못한 민사채권을 청구·집행할 수 있고 단순한 ‘민·형사 합의’ 문구만으로는 기존 압류나 향후 집행을 막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먼저 이미 확정된 민사판결이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민사판결이 확정되면 그 판결은 그 자체로 집행권원이 되고, 채권자는 그 판결에 기해 언제든지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이 집행권원은 이후에 형사재판이 진행되거나 형사 사건에서 처벌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자동으로 소멸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동일한 사기 사건으로 형사재판이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민·형사 합의’를 한 부분입니다. 실무에서 말하는 ‘민·형사 합의’는 대체로 형사 사건에서의 처벌 감경을 목적으로 피해자가 더 이상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합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미 확정된 민사판결에 따른 채권을 포기하거나 면제하려면 그 취지가 합의서에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문자님의 경우처럼 이미 확정된 민사 판결이 있었던 경우, 합의서에 “민·형사 합의가 이루어졌고 민·형사 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정도의 포괄적·추상적인 문구만 있고 “기존 민사 판결에 따른 채권을 면제한다”, “확정 판결에 따른 집행을 하지 않는다”, “기존 압류를 해제한다”와 같은 구체적 표현이 전혀 없다면 그 합의만으로 기존 민사채권이 소멸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피해자가 질문자님과 형사 합의를 했더라도 법적으로 이전 민사 판결에 권한이 남아있습니다. 이에 합의 이전에 이미 확정된 민사판결에 기한 집행권원을 근거로 아직 집행하지 못한 민사채권을 청구하거나 강제 집행을 진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질문자님이 ‘민·형사 합의’를 근거로 기존 압류를 방어 하거나 해제할 수 있느냐는 부분인데, ‘청구 이의의 소’를 통해 기존 집행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청구 이의의 소는 확정된 집행권원 이후에 발생한 사유로 인해 그 채권이 소멸·변경 되었음을 이유로 강제집행을 막아달라고 다투는 소송입니다.

 

따라서 형사사건 진행 과정에서 이루어진 ‘민·형사 합의’가 단순한 양형 목적의 합의를 넘어 기존 민사채권까지 소멸시키려는 실질적 합의였다고 평가될 수 있다면, 청구 이의의 소를 통해 집행을 다툴 가능성은 이론상 존재합니다.

 

청구 이의의 소는 ① 형사 합의가 집행권원 확정 이후에 이루어졌고 ② 그 합의가 기존 민사채권까지 정리하려는 의사였음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며 ③ 합의 경위, 지급 금액, 협상 내용, 당사자 인식 등을 종합해 채권 소멸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입증의 문턱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질문자님의 경우처럼 합의서에 기존 확정 민사판결, 민사 채권, 집행권원에 대한 면제·포기·집 행 금지에 관한 명시적 표현이 전혀 없는 경우, 법원이 이를 근거로 ‘기존 민사채권까지 소멸되었다’고 판단해 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청구 이의의 소를 제기하더라도 기각될 위험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기존 민사 판결문과 형사 합의 서 문구를 함께 놓고 대응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2. 제 집에서 성관계를 한 후 방범용 홈캠에 녹화된 영상을 다운로드해 놓았습니다.

 

피해자는 한 명뿐이며, 아무데도 유포하지 않았습니다. 자동으로 녹화된 영상이라고 해도 나중에 볼 생각으로 저장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촬영한 영상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큰일이 될 줄 몰랐습니다.

 

1심 판결문을 보니 제가 성관계 장면을 촬영할 생각으로 홈캠을 설치하지 않았더라도 홈캠이 작동되고 있는 것을 알면서 카메라가 있는 데에서 성관계를 한 이상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려 한 것과 같다고 합니다. 아무리 억울함을 주장해도 빠져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해결 해야 할까요? 동종 전과도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2. 말씀하신 사건은 1심에서 이미 비동의 촬영의 고의가 인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고의 판단의 범위를 좁히고 양형 요소를 재정비하는 전략으로 접근하시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일 것으로 보입니다.

 

1심 판단은 ‘홈캠이 촬영 중인 것을 알고 있었고 피해자는 이를 모르고 있었으며, 그 상태에서 성관계를 한 이상 촬영의 실행행위와 동일하게 볼 수 있다’는 구조인데, 이는 성범죄 사건에서 흔히 적용되는 논리라서 사실오인만으로 뒤집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사실관계를 보니 실제로 성관계 동영상을 다운로드해 놓기까지 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소심에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항소심에서는 촬영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보여줄 구체적인 사실관계 재정리가 필요합니다. 홈캠의 원래 설치 목적이 방범용이었다는 점을 어필하고, 평소 촬영 각도와 범위, 실제로 영상에 어떤 장면이 담겼는지, 당시 피고인의 인식 정도가 어느 수준이었는지 등을 세밀하게 정리하면 최소한 고의가 크지 않았다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영상이 외부로 유출된 적이 없고 유포 시도도 전혀 없었으며 접근 가능성이 통제된 상태였다는 점은 항소심 양형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만 동종 전과가 있으신 상황이라면 항소심에서 이를 상쇄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람이 같은 문제를 다시 일으킬 가능성이 얼마나 남아있는가’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에 재범 위험성이 실질적으로 낮아졌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하시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1심 판결에서 간과되었거나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사실과 법리가 있는지도 구조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언제 홈캠이 실제로 촬영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촬영을 목적으로 설치·작동시킨 것이 아니라 우연한 녹화 상황이었는지, 사전 준비나 유인 요소가 전혀 없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모든 쟁점을 무죄 쪽으로 돌릴 수는 없더라도 고의의 정도·행위의 위험성·재범 가능성을 조정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주장해야 합니다. 

 

자세한 상담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질문 기재 사항만을 근거로 판단하면 항소심 단계에서는 1심 판결 전체를 뒤집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형량을 실질적으로 낮추고 집행유예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넓히는 방향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1심 판결문을 바탕으로 어떤 부분을 쟁점으로 삼아야 하는지 항소심 의견서를 어떤 구조로 작성해야 설득력이 있는지 검토해야 하며, 촬영 경위, 영상 관리 방식,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재범 방지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해 재판부의 판단 틀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시는 시점이 바로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