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안녕하세요. 저는 조건 만남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미성년자였다고 합니다. 만약 제가 그 사실을 몰랐다면 저는 아청법 위반으로 인한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저는 상대의 외모가 성인처럼 보였는데, 이 부분도 법적으로 의미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또 상대방이 ‘미성년자임을 밝혔다’ 고 주장하면 해당 진술만 가지고도 유죄가 성립될 수 있을까요? 더불어 이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성범죄 재판과 함께 판단될 수도 있는지, 만약 병합 되지 않고 따로 재판을 받게 되면 형량이 더 무거워지는지도 궁금합니다. 저처럼 이런 상황에 놓인 경우 가장 중요한 대응 원칙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의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 13조 제1항은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행위자가 ‘상대방이 아동·청소년임을 인식했는가’ 하는 점, 즉 범죄의 ‘고의 (故意)’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고의범 처벌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청법 위반죄(성매수 등)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성을 사는 행위자가 상대방이 만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행위를 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때 ‘인식’은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까지 포함합니다.
실무상 법원은 단순히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고의를 부정하지 않고, 대화 내용, 만남 경위, 나이 확인 노력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따라서 처벌을 피하려면 성인으로 믿을 만한 합리적 사정이 있었음을 객관적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성년자임을 고지했다’는 상대방의 주장만으로 아청법 유죄가 성립되지는 않습니다. 형사재판의 대 원칙은 증거재판주의이며,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진술은 매우 중요한 증거이지만, 그 진술 하나만으로 자동으로 유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① 진술 내용의 합 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 ② 진술의 일관성, ③ 객관적인 증거(물증) 또는 제3자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2도 2631 판결, 대법원 2007도10728 판결 참조).
예를 들어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문자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와 부합 하면 신빙성이 높게 평가됩니다. 반면 진술이 계속 바뀌거나 객관적 증거가 없고 오히려 성인 행세를 한 정황이 있다면 신빙성을 의심받게 됩니다.
결국 법원은 피해자 진술이 다른 증거들과 조화를 이루어 합리적 의심을 배제 할 수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하여 유·무죄를 판단합니다. 상대방의 외모가 성숙해 보였다는 사실은 피고인 입장에서 미성년자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하는 하나의 정황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외관만으로 연령 판단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전제로 하므로, 이것만으로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법원은 ‘연령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를 더 중요 하게 봅니다.
대법원은 유흥주점 업주가 청소년을 고용하는 사안에서 “주민등록증이나 이에 유사한 정도로 연령에 관한 공적 증명력이 있는 증거에 의하여 대상자의 연령을 확인 하여야” 하며, 신분증 제시를 거부하는 등 연령 확인이 어렵다면 “채용을 보류하거나 거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4도 5173 판결). 이러한 법리는 아동·청소년 성 매수 사건에도 유사하게 적용됩니다.
즉 상대방의 외모가 성숙해 보이더라도 미성년자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면 신분증 확인 등 최소한의 연령 확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만약 의심스러운 정황에도 불구하고 확인 절차 없이 성매매에 나아갔다면, 법원은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용인했다’고 보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의심 정황이 있었음에도 확인을 게을리한 경우 고의를 폭넓게 인정하므로, ‘성숙해 보였다’는 주관적 인상만 으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건이 이미 진행 중인 성범죄 재판과 함께 판단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를 ‘변론의 병합’이라고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00조는 “법원은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변론을 병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별개의 사건으로 기소되어 서로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 중이더라도 두 사건의 관련성, 심리의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하나의 재판부가 두 사건을 함께 심리하여 하나의 판결로 선고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실무상으로는 피고인 측 변호인이 ‘관련 사건 병합 신청서’를 제출하여 병합 심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변론 병합은 법원의 재량 사항 이므로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부는 두 사건의 관련성, 심리 진행 정도 등을 고려하여 병합 여부를 결정합니다.
만약 병합되지 않고 따로 재판을 받게 될 경우, 이론적으로는 반드시 형량이 가중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불리한 측면이 많습니다. 이는 ‘경합범’에 관한 형법 규정 때문입니다. 형법 제37조는 여러 개의 죄를 저지른 경우를 ‘경합범’으로 규정하는데, 판결의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동시적 경합범(전단 경합범)’과 ‘사후적 경합범(후단 경합범)’으로 나뉩니다.
재판이 병합된 경우, 동시적 경합범으로 처리되어 하나의 형이 선고됩니다.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개의 죄가 동시에 심판받게 되며, 이 경우 형법 제38조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에 일정 기준을 따라 가중하되, 각 죄의 형을 단순히 합산하는 것보다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이 정해집니다.
병합되지 않은 경우, 사후적 경합범으로 처리됩니다. 이 경우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저지른 다른 죄를 따로 재판합니다. 형법 제 39조 제1항에 따라 두 사건을 동시에 판결했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지만’, 이 는 법원의 재량이므로 의무사항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재판이 병합되지 않으면 별도의 재판을 거쳐야 하는 부담이 있고, 형의 감면이 보장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더 무거운 형벌을 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성범죄 재판 중 동종 범죄에 연루되는 것은 매우 위중한 상황이므로 초기 부터 신중하고 전략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첫째, 즉흥적인 진술이나 섣부른 자백을 경계해야 합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 없이 한 진술은 이후 재판에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의성 여부가 첨예하게 다투어지는 사건에서 사실관계를 면밀히 분석하기 전에 혐의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둘째,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보존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나이를 오인 하게 된 정황이 담긴 채팅 내용, 통화 기록 등은 고의성 부인을 위한 핵심 자료이므로 반드시 보존해야 합니다.
셋째, 기존 사건과의 관계를 고려한 통합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새로운 사건은 기존 재판의 구속, 양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재판 병합 신청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대응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성범죄 재판 중 동종 범죄에 연루된 경우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혐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섣부른 진술을 피하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두 사건을 아우르는 통합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