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전기통신금융사기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반복되는 금융사기 피해를 억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이 점점 조직화·전문화되면서, 사건에 연루된 사람의 역할과 책임을 평가하는 기준 역시 강화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범죄 조직과의 직접 접촉 여부나 금전적 이익의 취득 여부 등이 중심적 판단 요소였지만, 최근에는 자금 전달책이나 단순 심부름 단계의 말단 피고인조차 범죄 구조에 기능적으로 기여했다고 보아 공동정범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광범 위한 사회적 피해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적 필요성에서 비롯된 흐름이지만, 한편으로는 피고인의 실제 인식과 판단 능력이 충분히 평가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실무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낮아진 고의 판단의 문턱이다. 전기통신금융사기 사건에서 고의 판단은 더 이상 피고인이 범죄 조직과 어떤 방식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범행 구조를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 당시 정황을 통해 피고인이 불법성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반복적인 인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지난 회와 마찬가지로 특정 주제를 정하는 대신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개별 질문들에 하나씩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비록 서면으로 질문을 보내주신 분은 한 분일지라도 같은 고민을 품고 계신 분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답변들이 그러한 분들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궁금증을 풀어가는 데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Q. 변호사님, 저는 복역 중에 상대방이 갑자기 예전 일로 고소를 해서 수사 접견을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몇 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 기억이 흐릿합니다. 세세한 상황까지는 전혀 떠올릴 수가 없는데…. 이런 경우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해도 괜찮을까요? 괜히 경찰이 제가 일부러 숨기거나 거짓말을 한다고 오해하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A. 사건이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거나 가담 당시 범죄라는 인식을 크게 하지 못해 기억이 흐릿한 경우, 또는 여러 사정이 겹쳐 정확한 시점이나 세부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경우는 흔합니다. 조사실에 앉아 질문을 받다 보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을 때 ‘혹시라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비치지 않을까’ 걱
Q.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1년간 수감 중이고, 남은 형기는 약 8개월 정도입니다. 교제 중이던 애인과 장기간 동거해 오다 제가 수감되면서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동거인이 저의 동의나 의사 확인 없이 임의로 고가의 귀금속, 가전 및 가구와 의류 등을 중고 매매 또는 폐기 처분하였다며 편지를 보내 일방적으로 통보하였습니다. 처분된 물품들은 모두 현금으로 구매한 것들이고 구매 시기도 오래된 터라 제 것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겠지만 명백히 저의 소유물들입니다. 그나마 남은 소량의 물건을 제 가족에게 전해주었으나, 고가품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고 합니다. 동거인은 중고거래 후 얻은 수익이 그동안 저를 수발해 준 수고비라며 돌려주지 않고 있으며, 동거 당시 한집에서 살고 있던 제 반려동물까지 유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심히 곤란한 상황입니다. 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시그널 이홍열 변호사입니다. 질문자님께서 보내 주신 사연을 바탕으로 답변을 작성하여 보내드립니다. 실제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말씀해 주신 사정은 단순한 감정 다툼이나 민사 분
Q. 안녕하세요. 누범 적용 시점과 관련하여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사실관계를 정리해 질문드립니다. 저는 2017년경 동업자에게 투자금을 받은 바 있으나, 이후 동업자가 저를 고소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2018년부터 수사를 받았고 2019년에 기소되어 재판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되었고, 복역 중 가석방되어 2023년 3월에 출소하였습니다. 그런데 출소 이후인 2023년 12월, 마약 사건으로 다시 구속되었고, 이 사건에서 제가 저지른 범행이 누범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 부분이 이해되지 않아 정확한 법적 기준을 알고 싶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 누범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날로부터 일정 기간 내에 다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범 기간은 2017년에 발생한 사건 시점이 아니라 2023년 3월 출소 시점부터 기산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저는 이미 2017년 사건으로 오랜 기간 재판을 받아왔고 실제 출소는 2023년 3월이었는데 왜 2023년 12월에 저지른 범행이 누범으로 평가되는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출소 후 얼마의
Q.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인 수용자가 영치금이 끊겨 약값을 낼 수 없는 경우, 약을 수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도소 의료진조차 “해당 약은 중단하면 안 된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의학적으로 약 복용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사정으로 약을 받을 수 없는 수용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정신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수용자가 영치금이 없어 약값을 부담할 수 없는 경우라도 의학적으로 약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교도소는 원칙적으로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교정 시설에는 관급 예산과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 무의탁 수용자나 경제적으로 곤란한 수용자에게는 개인 비용 부담 없이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의약품과 관련해 수용자 의료관리지침 제 26조 1항 4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26조(의약품의 구분 및 관리) ① 교정시설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은 지급유형에 따라 다음 각 호로 구분하여 관리한다. 4. 지원의약품: 보건소 등 유관 기관으로부터 무상으로 지원받아 수용자에게 사용하는 의약품 이러한 지원 의약품에는 기본 진료 의약품뿐 아니라 만성질환
Q. 안녕하세요. 머리를 자르기보다는 그냥 길러서 묶고 다니고 있는데, 어느 날 CRPT가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스티커를 발부했습니다. 머리를 단정히 하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머리를 기르지 말라는 규정이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과거 ‘행형법(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는 수용자의 두발을 짧게 깎도록 하는 규정이 존재했으나, 해당 조항은 법 개정을 통해 이미 삭제되었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형집행법에는 수용자의 두발 길이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행 형집행법 제32조 제2항은 “수용자는 위생을 위하여 두발 또는 수염을 단정하게 유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또한 ‘교도관 직무규칙’ 제33조 제1항 역시 교도관이 수용자의 두발 및 수염을 단정하게 유지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두발의 길이를 구체적으로 제한하거나 짧게 깎도록 강제하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두발의 단정함’이 반드시 ‘짧은 머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왔습니다. 머리카락이 길더라도 청결을 유지하고 묶는 등의 방법으로 단정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독립몰수제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독립몰수제란 유죄 판결 여부와 무관하게 특정 재산이 범죄 수익으로 확인될 경우, 별도의 절차를 통해 이를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사안에서 논의되던 방식을 일반 형사사건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구상이다. 범인의 사망이나 도피로 공소 유지가 어려운 경우에도 범죄 수익은 반드시 환수해 야 한다는 논리가 그 바탕에 깔려있다. 필자는 최근 여러 언론을 통해 독립몰수제가 지닌 위헌 성과 구조적 부작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얼핏 보면 이 제도는 장기간의 수사와 재판 절차 속에서 고통받는 피해자들 에게 즉각적인 해결책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형사 사법 체계 전반에 적지 않은 혼란 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범죄 수익이 제3자에게 귀속된 경우, 국가가 그의 악의를 입증해야만 해당 범죄 수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확립된 법리다. 만약 독립몰수제를 이유로 제3자가 선의임에도 국가가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를 신설한다면, 이는 민사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로 이
Q. 저는 다수의 전세 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일부 사건(1형, 2형)은 이미 총 15년의 징역형이 확정되었고, 1심에서 형 면제 판결을 받았으나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사건(3형),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4형), 그리고 앞으로 기소될 56건의 추가 사건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2025년부터 서민 대상 사기 범죄의 법정형이 최대 30년까지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개정법이 시행될 경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기소될 제 사건들에도 새로운 법이 적용되어 형량이 가중될 수 있는지, 법률 전문가의 정확한 분석을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025년에 사기죄의 법정형을 가중하는 내용으로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개정법 시행 이 전에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소급하여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귀하의 항소심 진행 사건, 1심 진행 사건, 그리고 향후 추가될 사건 모두 범죄행위 당시의 법률(舊法)에 따라 처벌받게 됩니다. 이는 우리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 정주의’와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따 른 것입니다. 가. 핵심 법리: 행위시
Q. 안녕하세요. 항소심 결과를 받았으나 사실관계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느껴져 다시 법률적인 조언을 구하고자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당시 저는 무면허 상태에서 배달대행 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사고가 났으나 수리비를 감당할 수 없어 빚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하던 선배들이 전세대출을 억지로 받게 했습니다. 저는 당시 휴대전화를 3일 동안 그들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고,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제 명의로 추가 대출이 발생했습니다.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저는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실제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로도 그 시기에 제 기기가 병원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있었던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렇지만 수사 초기 경찰이 “인정하면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나올 것”이라는 말을 해, 저는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조서에서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1. 당시 제 휴대전화가 제가 있던 장소와 전혀 다른 곳에서 사용됐고 그로 인해 대출이 발생했다면, 이 부분을 근거로 ‘실제 행위 주체가 다른 사람’이라는 점을 재판부에 어필할 수 없을까요? 2.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벌금형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실상 허위 자백을 유도한 것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는 수사와 재판의 결론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피의자와 피해자의 권리가 실제로 균형 있게 보장되고 있는지, 재판 지연과 복잡한 절차가 시민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나아가 형 집행 이후 사회 복귀까지 제도가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는지에 따라 사법 시스템을 바라보는 사회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이동규 변호사는 형사사법의 핵심 과제로 절차의 실질적 균형과 형 집행 이후 단계에 대한 제도적 관심을 꼽는다. 제도상 무죄추정과 방어권 보장이 규정돼 있어도 현장에서는 정보 접근의 격차와 구속 상태에서의 방어 한계로 인해 체감되는 공정성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출소 이후의 사회 복귀 지원 역시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는 “형사사법의 목표가 단순한 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재발을 막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결론에 대한 평가 이전에, 시민이 절차를 신뢰할 수 있도록 공정성과 설명 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동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형사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는 변호사 이동규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