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내 명의로 받은 대출,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Q. 안녕하세요. 항소심 결과를 받았으나 사실관계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느껴져 다시 법률적인 조언을 구하고자 이렇게 사연을 보냅니다. 제가 처한 상황과 실제 행위 과정이 법원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크게 절망하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무면허 상태에서 배달대행 일을 하며 사실상 노동 착취 수준의 대우를 받았습니다.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났으나 수리비를 감당할 수 없어 빚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하던 선배들이 전세대출을 억지로 받게 했습니다.

 

저는 당시 휴대전화를 3일 동안 그들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고, 이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제 명의로 추가 대출이 발생했습니다.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저는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실제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로도 그 시기에 제 기기가 병원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있었던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럼에도 수사 초기 경찰이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나올 것”이라며 안심시키는 말을 해, 저는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조서에서 범행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끌려갔습니다.

 

1. 당시 제 휴대전화가 제가 있던 장소와 전혀 다른 곳에서 사용됐고 그로 인해 대출이 발생했다면, 이 부분을 근거로 ‘실제 행위 주체가 다른 사람’이라는 점을 재판부가 더 무게 있게 심리하도록 할 방법이 있을까요?

 

2.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벌금형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실상 허위 자백을 유도한 것이 인정된다면, 이러한 절차상 문제도 증거능력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지금의 형량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고, 제가 하지 않은 일을 뒤집어쓴 채 인생이 망가질까 두렵습니다. 제게 남은 절차 안에서 어떤 전략을 세울 수 있을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1. 형사법상 자기책임의 원칙
귀하의 주장에 따르면, 귀하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타인에게 넘겨준 상태에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귀하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은 일당이 귀하 명의로 대출을 받은 점이 문제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귀하는 실제 대출 당시 휴대전화가 귀하가 입원해 있던 병원으로부터 약 1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사용됐다는 점이 재판에 반영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형사법상 대원칙인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르면, 자기 스스로가 결정·지배하지 아니한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사안의 경우, 귀하의 주장대로 대출 당시 병원 입원 사실이 병원 기록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나아가 대출이 발생한 휴대전화의 위치가 병원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음이 입증된다면, 이를 근거로 귀하가 해당 대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귀하가 대출 발생 장소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휴대전화를 제공한 사실을 근거로 대출 자체에 대해서도 동의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명확히 방어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보다 구체적인 소송 전략은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와 이미 제출된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A2. 경찰의 견해와 증거능력
귀하의 질의에 따르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 가능성을 언급하며 귀하가 범행을 인정하게 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자신의 견해를 밝힌 것만으로 귀하의 자유로운 진술이 제한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증거능력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되는데, 단순한 견해 표명만으로 해당 진술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보아 증거능력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9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등으로 인해 임의성이 없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귀하의 사연만으로는 위와 같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경찰의 견해 표명만으로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도 곤란합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17조는 진술의 임의성이 없는 경우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으나, 사안과 같이 경찰이 벌금형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만으로 귀하의 진술 임의성이 침해됐다고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