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합의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초범이고 피해금이 1억인데, 7천만 원에 합의를 봤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럴 때 어떤 사람들은 ‘합의서를 제출해도 얼마를 주고 합의를 봤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니다. 합의서만 받으면 된다’는 등 말이 많습니다. 어떤 말이 맞는 말인가요?
A1. 귀하는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질문을 주셨습니다.
합의금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합의서만 제출하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합의금의 액수가 크면 클수록 양형에 유리해지는 것인지가 귀하의 주된 질의로 파악됩니다.
대법원의 양형 기준 해설에 따르면,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이 형량을 정하는 데 있어서 특별양형인자 중 감경요소로 분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음을 명시한 합의서를 제출하는 것도 하나의 감경요소이며, 피해자의 피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되는 것 역시 감경요소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고려하여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면서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 및 처벌불원서를 받아 이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합의서가 제출됨으로써 위와 같은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가 재판부에 전달된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합의금의 액수는 부차적인 문제가 되곤 합니다.
즉 처벌불원의사가 포함된 합의서가 작성되어 재판부에 제출되었다는 점이 양형에 주효하게 작용하고, 합의금의 다소(多少)는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미 재판부에 전달된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만큼의 효력을 갖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는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가 성립한 경우를 가정한 것입니다.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아 형사공탁을 하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가 확인될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합의금(공탁액)의 크기에 따라 양형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편 피해자가 완강히 합의를 거부함에도 피고인 측이 합의를 강요, 종용하는 경우는 오히려 2차 가해로 가중요소가 되기 때문에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Q2. 현재 저는 마약류 관리법 등의 죄목으로 집행유예가 취소되어 실형을 살고 있습니다.
케타민 2g을 투약한 지 3시간 후 가족의 신고로 경찰서에 연행되었고, 당시 마약에 취해 의사소통도 안 되는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법률 지식이 부족하니 변호인의 조력도 없이 약에 취한 채 조사를 받았는데요. 경찰 조사 당시 몸이 안 좋아 부모님은 응급실을 알아보고 있었고, 저는 약이 깨고 조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무시당한 채 강압적으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원래 그렇게 조사하나 보다 했는데, 더 시사법률을 보면서 제가 받은 게 정상적인 조사 방법인가 궁금합니다. 이미 재판이 끝났습니다만, 문제가 되는 거라면 재심 사유가 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A2.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되는 권리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당사자가 포기할 수 있으므로, ▲ 조사 당시 담당 경찰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지를 적법하게 물었고 ▲ 귀하가 스스로 이를 거부하였다면 그 자체는 법적인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 귀하가 담당 경찰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지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 변호인의 조력을 받겠다고 하였음에도 경찰이 이를 무시 또는 거부한 경우는 아래에서 살펴볼 바와 같이 재심 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재심 이유를 7가지에 한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대한 예외적 불복수단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한 중대한 사실인정의 오류가 있을 때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그 확정판결을 시정하는 구제 절차를 의미합니다.
재심은 이미 확정된 판결을 다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재심은 재심개시절차와 재심심판절차 총 2단계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후자인 재심심판절차는 통상의 재판절차와 같습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재심을 통해 구제받기 위한 재심심판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심개시요건이 갖추어졌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중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에 재심청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안의 경우,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경찰 조사 당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행사 방해, 또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강압에 의한 강제조사 등이 불법수사로 문제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점이 귀하의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개시사유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재심청구에 앞서 해당 경찰관을 고소하여 그가 형사재판에서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에 대하여 확정판결을 받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순히 불법수사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재심개시 사유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한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심은 재심개시절차와 재심심판절차 총 2단계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재심개시 사유로 인정되면 통상적인 재판절차에 해당하는 재심심판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만약 해당 경찰조사가 불법수사에 해당하여 해당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게 되면 해당 증거들은 재판에서 활용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그 외 다른 증거들만으로도 귀하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면 재심이 개시되었음에도 귀하에게 더 유리한 판결이 선고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