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되기 전에는 판사가 되었을 때 증인들의 말과 증거를 살펴보면 소설 셜록 홈즈나 드라마 속 CSI처럼 손쉽게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소설이나 드라마가 감추어 둔 사실관계는 두세 가지 증거만 나와도 명확히 드러난다. 그러나 현실 재판에서는 과거 진실을 온전하게 복구하는 데 필요한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증거가 충분히 많다면 피고인이 부인하지도 않을 것이고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인 간에 이견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현실의 법정에서 증거 몇 조각을 가지고 과거의 사실관계를 온전하게 복구한다는 것은 이미 와장창 깨어져 바닥에 떨어진 유리 조각을 들고 유리창을 복구하는 작업과 같다. 유리 조각의 절반은 이미 온데간데없고, 몇 조각을 집어 들어봤자 그것이 있던 자리가 어딘지 알기 어렵고,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누군가가 유리 조각에 손을 벤다. 한 마디로 그것이 확실한 진실이라고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다. 가해자는 가해자라서, 피해자는 피해자라서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어 온전히 믿기 어렵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외한 사람들, 그러니까 증인의 말도 법정에서는 기본적으로 불신의 대상이다. 제삼자들도 나름의 이해관계가 있다.
성매매 알선 사건에서 ‘실장’이라는 직함은 그 실질적 역할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매우 무섭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실장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단순히 일부 지시를 수행했을 뿐인 피의자도 사실상의 현장 운영 책임자 또는 알선 구조의 핵심 공범으로 평가받아 실형 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실무에서도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 가운데 ‘실장’ 또는 ‘관리자’라는 이유만으로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된 사례들이 꾸준히 보이고 있다. 이런 사례들에서는 피고인이 장소 제공이나 수익 분배에 일정 정도 관여한 정황이 인정되면, 법원은 단순 고용관계 이상의 공모 내지는 공범 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단순히 전화만 받고 배정을 해주는 수준의 역할이라 주장하더라도, 구조적으로 알선 행위의 일부로써 기능한 이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가 적용된다. 문제는 많은 피의자들이 초동 조사 단계에서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해명하지 못한 채 수사기관의 유도 질문이나 사전에 설정된 프레임에 따라 단편적이고 모호한 진술을 해버리는 경우다. 이로 인해 피의자는 의도하지 않게 초기 조사 단계에서부터 운영의 핵심 인물, 즉 ‘운영 주체’로 낙인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항소이유서와 관련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 확인차 문의드립니다. 제가 1심에 선임했던 변호사님께 요청드렸던 주장 중 일부가 항소이유서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은 얼추 맞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핵심 주장 몇 가지가 빠진 상태입니다. 1. 항소심이 시작되면, 1심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도 새롭게 주장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2. 1심에서 제가 주장하고 싶었던 주요 쟁점이나 참조 판례 등을 항소이유서에 포함하지 못했는데, 항소심 재판부에서 이런 내용을 새롭게 검토해 줄 수 있는지요? 또 한 가지 여쭙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1심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만을 근거로 판단했는데, 저는 원심의 자유심증주의에 오류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은 부분이 납득되지 않습니다. 3. 항소심에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4. 그리고 대법원 판례 중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지적한 사례가 어떤 취지에서 인정된 것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 그 진술의 신빙성에 대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저는 현재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그런데 교정시설 내에서 수용자들끼리 향정신성의약품(졸피뎀 10정, 라제팜 등)을 서로 공급·수수·복용하다가 적발되어, 이 사건으로 징역 2년 6월을 추가로 선고받았습니다. 추징금은 약 21만 원이 나왔습니다. 공범은 총 4명이고, A가 약을 공급하고 B가 이를 C와 D에게 판매했으며, C와 D는 이를 복용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고,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없는 사건입니다. 문제는 제가 원래 마약 사건으로 구속된 게 아니라 다른 사건(징역 3년 확정)으로 복역 중이었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총 형량이 5년 6월이 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 마약 전과도 없습니다. 제가 궁금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해자가 없는 사건인데 2년 6월의 형량은 너무 무거운 것 아닌지요? 예를 들어, 특수상해 사건에서도 2년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사건은 실질적인 피해자도 형량이 과한 것 같습니다. 2. 항소심에서 형을 줄이기 위해 어떤 주장을 할 수 있을까요? 피해자와 합의할 수도 없는 사건이고, 변동 사정도 만들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계주로서 ‘계불입금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나 재판을 받게 된 분들이 자주 하시는 질문들에 대해 짚어보려 합니다. 최근 전통적인 형태의 계모임은 많이 없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중장년층 어머님들 사이에서는 친목도모 형태로 계모임을 유지하고 계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계모임 기간이 길어지고 인원이 많아지면서 계금이 커질수록 이에 따른 사고가 생기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계원들로부터 계불입금을 받아 이를 직접 관리하시면서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돌려막기를 하다가 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계원들로부터 고소를 당하거나 고소를 당할 처지에 있게 되는데요, 이에 막막함이나 걱정을 느끼고 계시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대응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Q. 저는 10여년 전부터 동네 지인들을 상대로 1구좌당 100만원, 계원 30명의 계를 운영하여 왔는데, 처음에는 정상적으로 운영하다가 계불입금이 쌓여 목돈이 생기자 이를 개인적으로 소요하게 되었고, 이후 곗돈을 지급할 금원이 부족해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곗돈을 탈 순번이 된 계원에게 해당 곗돈을 빌려주면 월 2부 이자를 주겠다고 하여 이를 다
Q.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다들 안 믿겠지만 정말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보다가 간단한 업무라고 해서 지원했고, 처음에는 제가 보이스 피싱 조직의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습니다. 텔레그램으로 ‘간단한 돈 전달 업무’라고만 들었고, 면접도 없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첫날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이미 투입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절대 다시 하지 않겠다’라고 한 이후로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제가 그 뒤에도 범행을 계속했다고 보았습니다. 당시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고, 결국 구속이 되었습니다. 변호인의 조력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판결문을 보면 제가 공범들과 ‘순차적으로 공모’했다고 되어 있고,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범죄의 구조나 전체 계획, 다른 조직원이 누군지도 전혀 모른 채 움직였고, 그냥 시키는 대로만 했습니다. 그저 돈을 받아서 전달했을 뿐, ‘사기 범죄’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수거책의 고의성 인정 범위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저는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고, 단지 ‘
변호사를 시작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한 번씩 꾸준히 구치소를 찾는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고인에게 있어 변호인 접견은 단순한 면회가 아니다. 이는 재판을 준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시간이며, 외부 세상과 유일하게 연결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인권이다. 미결수용자의 경우, 법률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어 그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파악하고 방어 전략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에 변호인이 수용자의 법적 대리인이자 조력자가 되어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적 절차를 설명하고, 증거를 수집하며, 검사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으로 반박한다. 이때 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원활한 소통은 수사기관의 부당한 조사나 강압적 절차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어막이 된다. 또한, 사건의 경위, 증거, 알리바이 등 사건의 핵심 정보는 피의자나 피고인만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정보들이 변호인에게 정확히 전달되어야 효율적인 변호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만약 변호사와 수용자 사이 소통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사건의 진실을 밝히거나 방어 전략을 세우는데 절대적으로
형사 절차의 첫 단계인 수사 단계에서는 경찰, 검찰이 전면에 나서 피의자의 혐의를 조사한다. 물론 이 단계에서도 피의자는 변호인을 선임하여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실무에서는 말처럼 쉽게 보장받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구속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지면 피의자가 무엇 하나 제대로 따질 틈도 없이 빠르게 절차가 진행되기에 방어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 채 기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에는 통보 없이 갑자기 검사실로 불려 가게 되니,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다. 이렇듯 수사 단계에서는 현실적으로 피의자가 수사기관과 대등한 수준에서 대응하기 어려운데, 그렇기에 공정한 형사 절차가 되기 위해서는 재판 단계만큼 더더욱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우선으로 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형사사법의 역사를 돌이켜봐도, 피고인과 검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주장과 입증을 한다는 ‘무기대등(武器對等)’의 원칙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고민하며 제도를 발전시켜 온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재판’이야말로, 공정한 형사 절차의 핵심인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특별할 것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