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0·26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 부장판사 등)가 지난 2월 내린 김 전 부장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재항고를 이날 기각했다.
통상 대법원은 원심결정에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 상고기각 결정을 내린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사형 집행 45년 만에 서울고법에서 재심이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은 지난 2월 19일, 김 전 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 등의 혐의에 대해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한 바 있다. 재심 청구는 유족이 2020년 5월에 제기했으며, 결정까지는 5년이 걸렸다.
당시 재판부는 김 전 부장을 수사했던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의 폭행 및 가혹행위를 재심 사유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록상 수사관들이 김 전 부장을 상대로 수일간 구타와 전기고문 등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이는 폭행·가혹행위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됐음에도 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재심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수사관들의) 직무에 관한 죄가 김 전 부장 사건의 실체관계와 관련이 있는지는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고려할 사정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자 검찰은 결정 6일 만인 지난 2월 25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재심은 예외적이고 비상적인 구제 절차이며, 이미 확정된 사실관계를 다시 뒤집기 위해서는 재심 사유가 판결에 준할 정도로 명백하게 입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건의 중대성과 역사적 의미를 감안할 때 대법원 판단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항고를 기각함으로써, 하급심 재심 개시 결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경호실장 차지철 씨를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980년 5월 사형이 집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