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크리스마스, 경남 사천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17세 이모 군이 구치소에서 피해자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10일 방송을 통해 이 군이 작성한 편지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편지 제목은 ‘내가 너에게 하려던 말’이다.
이 군은 "네 목소리라면 고막이 터져도 좋았어", "너는 미치도록 완벽한데, 나는 최악이었어", "누군가 내게 완벽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내가 하려던 모든 말을 네가 해주고 있었어"라고 적었다.
이 군은 평소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다고 한다. 이 군의 고등학교 동창은 "이 군이 코로나19 이후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자기 얼굴을 싫어했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이 군의 모친은 "아들이 1년 넘게 낮에 외출한 적이 없다. 누가 얼굴 보는 것을 싫어했다. 자기혐오가 너무 심했다. 얼굴을 갈아 없애고 싶다면서 하루에 4시간씩 씻고 '나는 더럽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또 모친은 아들 방에서 얼굴만 도려낸 사진을 다수 발견했다며 "아들이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줄 몰랐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이 군의 편지를 살펴본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보며 하나같이 큰 우려를 표했다. 이 군은 "너 죽고 나서 12월 28일 네가 꿈에 나왔다. '날 왜 죽였냐'는 내용이 아니라 꿈속의 너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날 보더니 반가워하고 네 옆에 앉은 나를 안아주면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면서 "그날 그때 너와 마주 보며 웃었던 그 찰나의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고 적었다. 동시에 "언젠가 다시, 너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날이 왔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미안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죄책감 없는 자기합리화로 분석했다. 김태경 서원대 교수는 “피해자가 자신을 반겨줬다고 말하는 데서 죄책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고, 이광민 정신과 전문의는 “죽였지만 함께할 수 있다는 망상적 착각”이라 비판했다. 조은경 동국대 교수는 “피해자를 이상화하는 집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군은 피해자를 온라인 채팅으로 알게 된 뒤 “선물을 주겠다”며 불러내 범행을 저질렀다. 현재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