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도 법을 알아야 지킨다…“감옥 법령집 그 첫걸음”

교정 현실이 법을 못 따라가…

수용자의 교정과 교화를 법률의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수용자가 법을 알 수 있는 수단은 교도소 안에서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교정시설에 수용된 이들은 법률과 제도를 스스로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고, 법령에 어긋난 처우를 당해도 그 구제 절차조차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발간된 ‘감옥 법령집’ 제3판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민간의 시도다.

 

22일 교정계에 따르면 수형자·미결 수용자·사형 확정자 등 수용자들은 정보통신기기 소지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어, 인터넷 법령 검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거에는 대법전·소법전 등 종이책 형태의 법령집을 구입해 참고할 수 있었지만, 법률 데이터의 온라인 이전이 가속화되며 시중에 관련 서적 자체가 사라진 상태다.

 

결국 수용자는 자신이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구조에 방치되는 셈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천주교 인권위원회는 ‘감옥 법령집’을 발간해 왔다. 2013년 초판, 2019년 개정판에 이어 최근에는 4·9 통일평화재단과 함께 제3판을 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국제 규범인 유엔 ‘넬슨 만델라 규칙’, 정보공개 청구, 국가인권위 진정, 헌법소원, 행정소송 등 수용자의 권리 구제 수단과 관련된 법령 40여 종이 수록됐다.

 

발간 실무를 맡은 강성준 천주교 인권위 상임 활동가는 “갇혀 있다는 이유로 기본권에 대한 접근조차 차단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고 밝혔다.

 

강 활동가는 실제로 수용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2012년 대형마트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시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를 노역으로 대체해 열흘간 수감 생활을 했다.

 

그는 구치소 과밀 수용 실태를 문제 삼아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2016년 헌법재판소는 9인 전원 일치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1인당 수용 면적은 1.27㎡에 불과했다. 그러나 헌재 결정 이후에도 교정시설 과밀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고, 2023년 말에는 부산구치소가 수용 포화 상태라며 수사기관에 구속영장 청구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까지 발송한 바 있다.

 

‘감옥 법령집’은 과밀 수용 문제뿐 아니라 수용자에게 부당한 차별이나 권리 침해가 가해진 사례들을 정리하고,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절차를 안내한다.

 

교정시설 내에서 법을 확인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는 교도관에게도 부담이 되는 구조다. 강 활동가는 “이 책이 교도관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간접적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법대로 하자’는 요구만 받아야 하는 교정 공무원의 현실을 언급하며 “교도관들과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활동가는 실제 법무부 예규인 ‘수용자 피복 관리 지침’을 예시로 들었다. 지침은 수용자에게는 계절별 평상복을 1년에 한 번씩 교환 지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교환 시기가 됐는데도 옷이 없어 못 바꿔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은 있지만 집행할 자원이 없는 것이다.

강 활동가는 “이 책은 수용자가 법령과 제도를 이해함으로써 의심과 불신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법 질서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장치”라며 “법무부가 먼저 만들었어야 할 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교정 행정에 예산과 인력을 충분히 투입해 재범을 줄이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