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너머 우체부] 파기된 원심을 인용한 항소심, 재심 가능할까?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저는 OO교도소에 수감 중인 OOO입니다.

시사법률 신문은 정기구독으로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2011년경 궐석재판으로 1심에서 징역 6년이 선고되었고, 그 후 2021년경 항소권회복청구 끝에 항소하여 원심파기 판결을 받았습니다. 원심 8회차부터 공판심리가 재시작되었으나, 2023년경 항소심에서 징역 5년 6월의 판결을 선고받고 말았습니다. 이후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으나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항소심 판결문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판결문에는 “직권판단으로 원심 판결 중 피고(인) 사건 부분을 파기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데,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항소권회복을 청구하여 인용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3호에서 정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항소이유를 주장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재심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새로 소송절차를 진행한 다음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새로운 심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항소심 재판부는 지금까지 진행된 심리공판 중 원심에서 피고인이 불출석한 공판기일 제7차까지는 인용하고, 제8차부터는 원심이 파기되었으니 본 항소심(당심)은 제8차 공판심리를 시작으로 다시 진행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재판장은 선고기일에 선고를 미루고 구속기간 만기로 석방을 명하였습니다. 그러나 2023년 2월부로 재판부 모든 판사님이 인사이동되었고, 새로 부임하신 재판부 판사님께서 다시 선고기일을 지정하여 새로운 재판부가 구성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선고를 하였습니다.


제 사건과 관련하여 재심을 청해도 되는지 변호사님의 판단을 구합니다. 제가 재심을 청구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항소심 공판심리가 시작된 이래 약 18개월 간 10회차의 공판심리를 진행하면서 9명의 증인 및 증거자료로 고소인들의 위증, 사문서위조, 위증교사 등이 법정에서 낱낱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후임 재판부가 새로 쓰는 판결이유에서는 상기의 모든 증언 및 증거자료를 누락시키고, 파기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여 판결을 선고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항소심 판결문에 명시된 증인들의 증언은 전체가 파기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원심 때의 증언을 ‘당심’(항소심)이라고 잘못 표기하였습니다. 특히 판결문 기재 피해자 OOO는 원심 판결 후 사망하였음에도 본 판결문에는 ‘당심’(항소심)에 출석하여 증언했다고 명시하였습니다.


셋째,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실이 판결문과 양형의 이유에서는 모두 누락했기 때문입니다. 재심 사유가 인정되면 새로운 심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르지 않고, 파기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며, 피고인의 사건을 일반 항소사건으로 잘못 판단하여 새로이 진행된 공판심리 전체의 과정을 충분히 살펴보는 과정을 외면한 결과입니다.


○○○ 구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JK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1. 재심사유가 있는 때는 항소이유에 해당하고, 항소권회복청구를 통해 재심사유를 주장하면 항소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새로운 심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해야 합니다.


항소이유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 5 제13호는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 원심판결에 대한 항소이유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심청구는 비상구제절차로서 확정판결에 대해 그 취소·변경을 요구하는 것이나, 항소 제기기간 중에 이러한 사유가 존재하는 것이 판명되는 경우에는 판결의 확정을 기다렸다가 재심청구를 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므로 간명하게 이를 항소이유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항소권회복청구를 하며 위와 같은 사유를 주장하는 경우, 항소심은 재심과 마찬가지로 새로 소송절차를 진행한 다음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새로운 심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을 해야 합니다.


귀하의 경우 2008년경 1심 법원에 공소장이 접수되었으나 불출석 등의 사유로 피고인 소환장이 공시송달되어 2011년경 궐석재판으로 1심 판결 징역 6년이 선고되었고, 2021년경 항소권회복청구를 통해 피고인 측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항소권회복 결정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원심(1심)에서 불출석으로 피고인에 대한 소환장이 공시송달로 이루어졌지만 도중에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한 적이 있었다면 공시송달절차를 취소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했음에도 공시송달 후 판결을 선고하였기 때문에 이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재심사유에 해당합니다(소촉법 제23조의 2).


이에 항소심 법원은 원심(1심) 판결을 파기하고, 나머지 소송절차를 다시 진행하여 다시 판결하였고, 피고인에게 징역 5년 6월을 선고하였습니다(피해자 1인의 처벌불원의사 고려).


2. 재심의 가능성에 대한 검토


귀하의 질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답변을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항소심 판결문에 적시된 증거는 모든 증거가 아니라 “증거의 요지”입니다. 판결문에도 “증거의 요지”라는 목차가 쓰여 있습니다.

 

또한 유죄 판결의 경우 적시된 증거는 “유죄인정의 증거”로 족합니다. 즉, 증거의 ‘요지’에는 모든 증거를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다른 증거가 적시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판결이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참고로 재판부가 선고를 미루고 귀하를 석방한 것만으로는 귀하의 주장 및 증거자료에 신빙성을 높게 평가하였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구속기간 만기가 석방사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전 재판부에서는 귀하의 주장 및 이에 부합하는 증거자료에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바뀐 재판부에서 이전 재판부와 다른 심증을 가졌다고 하여 확인할 방법도 없고 자유심증주의 원칙상 상식과 경험칙에 반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를 위법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증거의 요지에 일부 증거 또는 증언이 누락되었다는 것만으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재심을 위해서는 “증거의 요지”에 적시된 증거들이 위조되었다거나, 위증이라는 점에 대해 확정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예컨대, 피해자들의 거짓진술 및 서류 위조에 대해 위증죄나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고발하여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야 재심이 가능합니다.


둘째, 형사소송법 제369조는 항소법원은 원심판결에 기재한 사실과 증거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귀하의 항소심 판결문의 [다시 쓰는 판결이유]를 보더라도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원심(1심)판결의 해당란 기재를 그대로 인용한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1심의 증인을 ‘당심’이라고 기재한 것이 잘못 표기된 것인지, 아니면 1심 판결 기재를 그대로 원용(COPY)한 것인지는 재심사유와 무관하다고 보입니다.


셋째, 재심절차는 먼저 재심개시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재심대상판결의 사실오인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데, 재심개시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재심사유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귀하의 사실오인 주장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위증, 사문서위조등으로 관련 증거, 증언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재심이 개시되고 나서야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습니다. 재심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재심을 받고자 하신다면 위와 같이 [증거의 요지]에 기재된 증인이나 서류에 관하여 고발을 통해 위증, 위조죄 확정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아무쪼록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