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안내서] 15. 손톱깎이 - Part 1

 

교정시설의 일상은 거창한 사건보다 아주 사소한 소품들로 채워지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각 사동마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물품들은 현장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손톱깎이와 바늘 상자입니다.

 

보통 한 사동에 70명에서 100명 정도가 생활하는데, 이 많은 인원이 손톱깎이 하나, 바늘 한두 개를 차례로 돌려쓰는 구조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 방에서 손톱깎이가 필요하면 거실 소지를 불러 요청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방에서 사용 중이라면 아무리 급해도 순서를 기다려야 합니다. 나름의 엄격한 ‘질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성격 급한 수용자들은 “다 쓰면 바로 우리 방으로 보내라”며 미리 압박을 주기도 하는데, 협박까지는 아니더라도 분위기가 묘하게 긴장되는 순간들이 생기곤 합니다.

 

이런 공용 물품은 관리자가 누구인지, 현재 어느 방에 있는지를 명확히 표시해 두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물건을 반납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돌려줬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소지가 반납을 요청하면 “벌써 줬는데 왜 그러느냐”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심하면 “담당 근무자 불러와라” 하며 언성을 높이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작은 물건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런 실랑이가 쌓이면 큰 분쟁으로 번질 수 있어 관리가 꽤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또한 교정시설 안에서는 ‘오뚜기’라는 말도 자주 등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오뚜기는 우리가 아는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 사동마다 비치된 전기 온수기를 부르는 은어입니다. 주로 컵라면을 끓이거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뜨거운 물을 데우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물이 다 끓으면 필요한 방에서 요청을 하고, 이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도 소지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손톱깎이 하나, 뜨거운 물 한 통 같은 사소한 일들이 모여 교도소 하루의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교정시설의 일상은 이처럼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일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규칙과,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과 배려가 촘촘하게 섞여 있습니다. 때로는 이런 사소한 물건 하나가, 그 폐쇄된 공간의 분위기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