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의 일상은 거창한 사건보다 아주 사소한 소품들로 채워지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각 사동마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물품들은 현장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손톱깎이와 바늘 상자입니다. 보통 한 사동에 70명에서 100명 정도가 생활하는데, 이 많은 인원이 손톱깎이 하나, 바늘 한두 개를 차례로 돌려쓰는 구조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 방에서 손톱깎이가 필요하면 거실 소지를 불러 요청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방에서 사용 중이라면 아무리 급해도 순서를 기다려야 합니다. 나름의 엄격한 ‘질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성격 급한 수용자들은 “다 쓰면 바로 우리 방으로 보내라”며 미리 압박을 주기도 하는데, 협박까지는 아니더라도 분위기가 묘하게 긴장되는 순간들이 생기곤 합니다. 이런 공용 물품은 관리자가 누구인지, 현재 어느 방에 있는지를 명확히 표시해 두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물건을 반납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돌려줬다”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소지가 반납을 요청하면 “벌써 줬는데 왜 그러느냐”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심하면 “담당 근무자 불러와라” 하며 언
운동 시간은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더 현실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냅니다. 한 수용자가 제게 넌지시 다가와 묻습니다. “부장님, 저 아십니까?” 기억을 더듬으며 “어느 공장에 있었지요?”라고 되묻자, 그는 “8공장에서 종이백 접는 일을 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제야 어렴풋이 기억이 살아납니다. “혹시 사동 청소 같은 일을 돕는 ‘임출(임시출역)’이었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는 반가워하며 맞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작년 봄에 출소했다는 그의 말에, 저는 조금 씁쓸한 마음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나갔다가 얼마 안 되어 또 들어온 겁니까?” 그는 “바로는 아니고…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라며 말끝을 흐리고 고개를 숙입니다. 하지만 숙였던 고개는 금방 들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은 아까와 같습니다. “부장님, 그래도 OO보다 XX 교도소가 낫지 않습니까? 시설도 좋고 온돌방이라던데요?” 결국 저는 “다 아시지 않습니까. 살다 보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라고 대충 받아넘겼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미통(미결구금일수 통산)은 얼마나 됐습니까?”라고 형량에 포함될 미결 기간을 물었습니다. 그는 “이번 건으로 2년 6개월을 받았고, 전에 집행유예 10개월짜리가
교정시설 안에서 벌어지는 운동 시간은 익숙하면서도 묘하게 ‘웃픈’ 일상의 한 장면입니다. 시간이 되면 저는 늘 비슷한 외침으로 일과를 시작합니다. “운동 갑시다!” 준비가 덜 된 방 앞에서는 슬쩍 잔소리도 보탭니다. “운동 가시자고요. 준비 좀 미리미리 해두셔야지요.” 그렇게 사람들을 챙겨 운동장으로 이동하다 보면, 수용자들은 오늘 점심 메뉴를 묻기도 하고 “다녀오겠습니다, 행님!”이라며 씩씩하게 인사를 건네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켜야 할 규정은 엄격합니다. 다른 거실 사람들과 허가 없이 대화하거나 연락하는 ‘통방’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동 내내 “문에서 떨어지시고, 인사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흐름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통제하며 운동장까지 나가는 것부터가 이미 하나의 큰 일입니다. 운동장에 도착하면 분위기는 또 달라집니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에이, 설마요?” “교도소가 그런 데가 어딨어요?” “내 말이 맞다니까요...” 자기들끼리 한참 실랑이를 벌이던 한 수용자가 제게 다가와 묻습니다. “부장님, XX 교도소가 그렇게 좋습니까?” 순간 말문이 막힙니다. 제가 그곳 사정을 잘 아는 건 맞지만, 그가
어떤노역 Part2는 앞선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그 친구의 ‘선택’이 어떤 결말로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번에 들어온 사정을 들어보니 상황은 더욱 황당했습니다. 몇 주 전 식당에서 무전취식을 한 대가로 벌금 20만 원이 선고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벌금을 납부하기보다는 “차라리 몸으로 때우겠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는 입소를 위해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당일 저녁 7시 40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더니, 밤 9시 35분쯤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를 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계획된 입소’였던 셈입니다. 이후 절차를 거쳐 밤 11시 50분쯤 노역장에 입실하면서 본격적인 노역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하나 있습니다. 구속 기간의 첫날은 형기에 산입된다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단 10분을 머물렀어도 들어온 날은 하루치 형량을 채운 것으로 계산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습니다. 새벽 5시가 되자마자 이미 형기가 종료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새벽 4시 30분쯤 그를 깨우러 가니, 아직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채 이불 속에서 버티며 웅얼거립니다. “조금 더 자고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하던 경찰서에 새로운 인원이 들어왔습니다. ‘어떤 노역 Part 1’은 그렇게 시작된, 조금은 독특한 새 식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번 신입은 첫인상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들어오자마자 거친 말투와 돌발적인 행동으로 주변 분위기를 흐트러뜨렸고, 결국 지켜보던 팀장님의 표정까지 굳어질 정도였습니다. 이 사내의 정체는 ‘노역수’였습니다. 노역수란 벌금이나 과료를 납부하지 못해 법원의 노역장 유치 명령을 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되는 사람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금전으로 치러야 할 벌을 몸으로 대신 때우기 위해 들어오는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저에게 결코 낯선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벌써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올 때마다 늘 비슷한 모습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만취 상태로 들어왔습니다. 혼자서는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겨워 보여, 결국 주변에서 옷까지 직접 챙겨 입혀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황당하고 답답한 마음이 앞섰지만, 한편으로는 참 익숙한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매번 같은 이유로, 매번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해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렇게 또 한 번, 이미 익숙해진 얼굴이 제자리로 돌아왔
여성 사동, 줄여서 흔히 ‘여사’라고 부르는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여성 수용자들만을 위한 전용 수용동이며, 근무 역시 여성 교교관들 위주로 배치되어 운영됩니다. 교정시설에서는 남성과 여성을 철저히 분리하여 수용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구조나 운영 방식도 완전히 독립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곳의 관리 원칙 중 하나는 매우 명확합니다. 남성 교도관은 여성 수용자가 생활하는 거실 내부를 직접 시찰할 수 없습니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안전에 대한 기준이 그만큼 엄격하게 적용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사’는 같은 교정시설 안에 존재하면서도,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마치 다른 구역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공간에 대해 직접 경험한 바가 없습니다. 실제로 내부를 가본 적도 없고 현장에서 근무해본 적도 없기에, 그곳의 일상을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 그저 같은 울타리 안에 있지만 결코 닿지 않는 곳, 그런 막연한 느낌으로 상상해볼 뿐입니다. 어쩌면 담장 안의 교정시설 속에서도, 이처럼 서로 다른 세계가 각자의 규칙과 경계를 가진 채 나뉘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규 직원 시절은 누구에게나 그렇듯,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시간입니다. 처음 교도관 계급장을 달고 근무 모자를 눌러쓴 채 출근하던 날, 제가 가장 많이 했던 일은 단연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상급자분들을 마주칠 때면 기본적인 인적 사항부터 시작해서, 여자친구가 있는지와 같은 사적인 질문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답변을 드려야 했습니다. 복도든 화장실 앞이든 가리지 않고 선배들을 마주칠 때마다 큰 소리로 경례를 하며 지나가던 기억이 선합니다. 당시 워낙 긴장한 상태이다 보니, 경례의 대상을 구분하는 감각조차 무뎌져 있었습니다. 결국 거실 소지에게까지 깍듯하게 경례를 해버리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를 본 수용자들이 “신규 왔다”라며 수군거리며 바로 알아채는 상황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때 처음 알게 된 엄중한 사실이 있습니다. 만약 그 장면을 관구계장님 같은 상급자가 목격했다면, 단순히 웃고 넘길 해프닝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소지 입장에서는 규율 위반 문제로 번질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소지 직책에서 해임되거나 가석방 심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는 사소한 실수 하나도 결코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출정은 교정시설에서 법원으로 수용자를 이동시켜 재판을 받게 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법정이 재판 준비로 분주해지기 시작하면, 그 한편에 마련된 수용자 대기실도 함께 바빠지기 마련입니다. 이곳은 곧 자신의 형량과 처분이 결정될 재판을 앞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대개는 긴장감이 가득하고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일 것이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모습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의외로 담담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옆 사람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분야든 그렇듯, 이곳에도 재판을 여러 번 경험해본 이른바 ‘베테랑’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재판을 겪는 사람과는 확실히 대조되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판이 시작된 뒤에도 그런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막이 오르고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 초범이든 경험이 있는 사람이 모습은 모두 비슷해집니다. 한결같이 최대한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려 애쓰고,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온몸으로 뉘우침을 표현합니다. 어느 시점에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나름의 ‘포인트’를 잘 알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막상
출정 검사 조사는 구치소의 담장을 벗어난 순간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차원의 긴장감을 동반하는 과정입니다. 구치소를 출발한 호송 버스가 법원에 도착하면, 지정된 보안 구역에 주차를 마친 뒤 수용자들을 하차시킵니다. 보통 법원과 검찰청은 서로 인접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용자들은 외부 노출을 차단하기 위해 창문조차 없는 어둡고 긴 복도를 따라, 각자 예약된 재판정으로 향하거나 검찰 조사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흔히 검찰청 조사실이라고 하면 영화에서 보던 엄숙하고 압박감 넘치는 공간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모습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일반 사무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예전의 고압적인 방식과 달리 최근에는 조사 분위기도 무척 부드러워진 편이며, 여성 검사들의 비중도 상당히 높아 처음 그 광경을 접하는 이들은 의외라는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 조사 과정은 피조사자의 태도와 사건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피조사자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조사는 비교적 신속하고 원만하게 마무리됩니다. 반면 혐의를 전면 부인하거나 복잡한 사실관계를 다투게 되면, 조사 내용은 방대해지고 시간 또한 한없이 길어집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출정 준비 절차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밖으로 나가는 준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복잡하고 정교하게 맞물린 반복의 과정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구치소는 주로 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이 수용되어 있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수사나 재판을 위해 시설 밖으로 이동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렇게 수용자를 외부로 이동시켜 검찰청이나 법원에 보내는 일련의 업무를 ‘출정’이라고 부릅니다. 아침이 되면 구치소 앞마당에는 출정을 기다리는 버스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그 풍경이 마치 작은 도시의 버스터미널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이 버스들이 성문을 나서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정성과 절차가 필요합니다. 먼저 출정 근무자는 각 사동에서 당일 재판이나 조사가 예정된 인원을 불러 모읍니다. 이 과정을 ‘연출’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연출은 공연 기획이 아니라, 수용자를 사동에서 데리고 나오는 구체적인 절차를 의미합니다. 출정 인원이 많은 날에는 이 인원을 일일이 대조하고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정해진 장소, 보통은 출정 대기실에 인원을 모두 모아 다시 한번 신원을 확인하고 나면 본격적인 보안 조치가 시작됩니다. 한 명씩 수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