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십니까. 너무 답답하고 궁금해서 이렇게 펜을 잡게 됐습니다.
이제 곧 출소인데 나가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 형, 저 이렇게 세 식구로 이루어진 한부모 가정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저는 17세에 서울로 상경하여 객지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도중 2024년 3월 말경 형도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형 앞으로 보험금이 나오는데 수혜자가 지정되어 있지 않아 친어머니께 지급될 수 있다고 들었고, 1년째 사망신고도 못하고 저마저 교정시설에 와 있어 많이 답답해서 이렇게 편지를 남깁니다.
친어머니는 제가 만 3세가 되기 전에 이혼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 초등학교 4~5학년 즈음 찾아오셨다가 아버지 장례식 이후 연락 한 통 없었습니다. 형의 사망보험금이 친어머니에게 지급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 교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JK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어머님이 이혼 후 연락이 없어, 아버님이 귀하와 형을 돌보며 한부모 가정으로 지냈는데, 부친 작고 후 2024년 3월 말경 형님도 사망을 하였고, 보험금 등 상속재산이 친어머니에게 지급될 수 있다고 하여 1년째 형의 사망신고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문의하신 사항 중 ‘보험 자체’에 관련하여서는 보험의 종류가 다양하고, 개별 보험 계약마다 그 계약서에서 정하는 해석을 할 수밖에 없어서, 보험 수익자 문제에 관하여는 일반적인 안내밖에 드릴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자식이 사망하여 피상속인이 되었고 선순위 상속인이 직계존속인 경우,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직계존속의 상속을 제한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모친의 상속을 제한하는 방법 – 이른바 ‘구하라 법’
개정 민법 제1004조의2 이른바 ‘구하라 법’의 핵심 내용은 피상속인에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상속권 상실’이 가능한 조건으로 적시해 법정상속인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과거, 연예인 구하라 사망 당시 수십 년 간 연락을 끊고 자식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모친이 구하라가 소유했던 부동산 매각 대금의 절반을 요구한 것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부모가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상속자격을 제한하는 특별규정을 마련하려는 운동이 있었습니다.
민법은 종전부터 ‘상속 결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만(민법 제1004조), 상속결격 사유가 한정적으로 열거되어 있기 때문에, 부모의 자녀에 대한 부당한 대우나 범죄 행위 등에 대하여는 피상속인인 자녀를 살인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속을 제한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즉 민법 제1004조에서 열거된 사유에 해당하지 않지만, 상식적으로 상속받아서는 안 될 사람에 대한 상속배제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입법의 공백이 있었고, 이에 이른바 ‘구하라 법’으로 지칭되는 민법 개정안이 대두되었습니다.
그러나 구하라 법은 2024년 5월 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도,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문제로 인해 여야대치 상황으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가 결국 2024년 8월 28일에 이르러서야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2024년 9월 20일 공포되어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상속인에게 법이 정한 각 호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그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그 사람의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제3항).
구체적으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로 한정)(제1호),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경우(제2호)에는 공동상속인이 위 사유가 있는 상속인에 대한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의 경우 직계존속인 모친보다 후순위 상속인이므로(민법 제1000조 참조) 공동상속인은 아니지만, ‘상속권 상실 선고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될 사람’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망자의 형제도 개정 민법 제1004조의2 제4항에 따라 가정법원에 모친의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2. ‘구하라 법’ 시행 이전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 예외적으로 적용
‘구하라 법’은 2026년 1월 이후부터 시행됩니다. 다만 구하라 법 시행일 이전 피상속인이 사망한 사건에 관하여도 예외적으로 적용되는데, 헌법재판소가 직계존·비속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2024년 4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사망)된 경월 경우우에 법 시행 이후 6개월 내인 2026년 6월 말까지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귀하의 경우, 2024년 4월 25일 이전2024년 이전인 2024. 3월 말경 형님이 사망했기 때인 때문에, 안타깝게도 개정법이 적용될 수 문에, 없을 것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모친에 대한 상속권 상실 청구가 불가능하여, 상속의 순위에 따라 귀하보다 선순위 상속권자인 모친이 형님의 재산을 단독상속하게 됩니다.
3. 사망보험금 청구권이 상속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
사망한 형님의 부동산, 자동차, 예금 등은 상속재산에 해당하여 모친에게 귀속됩니다. 보험금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채권인 보험금 청구권이 피보험자에게 귀속되어 상속재산이 되었다가 상속개시 후 상속인에게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장래에 보험금 청구권이 발생한 때의 수익자를 미리 특정한 것이므로, 이는 상속재산이 아니라 고유재산이고, 상속인이 누구인가와 상관없이 보험 계약에서 수익자로 정한 자에게 보험금 지급 청구권이 귀속되는 것입니다(대법원 2002. 2. 8. 선고 2000다64502 판결 등 참조).
위에서 ‘상속재산이 아니라 고유재산’이라는 말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험금 지급 청구권이라는 채권의 권리자가 피상속인에서 피상속인 사망 후에 상속인으로 변경된다는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 생전부터 보험 수익자로 지정된 자가 보험금 청구권의 권리자이고,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보험금을 지급받을 조건이 충족되면, 당초에 보험금 채권의 권리자인 수익자가 이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보험금(또는 그 지급청구권)이 사망한 피상속인의 재산이었다가 수익자의 재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보험금 청구권은 수익자의 재산이지만,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구체적 조건(법적으로는 ‘보험사고’라고 합니다)이 달성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문제는 보험금의 경우, 보험 계약의 내용, 보험의 성질, 보험 수익자 지정 여부 등에 따라 상속재산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사망보험금의 경우, 피상속인(사망자, 형님)이 보험수익자를 ① 상속인들 중 특정인(예컨대 동생인 사연자님)으로 지정하거나, ② 상속인이 아닌 제 삼자를 지정한 경우에는 그 지정된 사람이 보험수익자가 되므로 보험금 청구권을 갖는 것인 반면, ③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석에 따라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려운 말이지만, ‘보험계약에서 정한 대로 각자 자기 몫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문제는, 형님이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아서 상속인이 수익자인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결국 상속인인 모친이 형님의 보험금의 보험수익자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모친의 상속권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고 보입니다. 구하라 법 적용대상이 2024년 4월 25일 이후 사망자부터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보험금 청구권 귀속 문제도 현재 주어진 사실관계만으로 보면, 모친이 보험수익자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보험계약의 구체적 해석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으니, 출소 후 전문가와 상담을 받으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