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희정 변호사, 형사사법 신뢰의 핵심은 ‘일관성과 절차의 투명성’

 

형사사건의 양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증거의 형태가 달라지고, 특정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동시에 수사 구조, 양형 기준, 재판 지연 문제 등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형사절차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배희정 변호사는 “형사사법 시스템은 결국 증거와 법리에 기반해 작동해야 하며 그 과정이 일관되게 유지될 때 신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배희정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최근 형사사건의 양상은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A.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디지털 증거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메시지 기록, 통화 내역,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처럼 사건의 전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가 판단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단순히 증거의 존재 여부를 넘어, 그 수집 과정이 적법했는지와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동시에 마약, 성범죄,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양형도 엄격해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건 자체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재판이 여론이 아니라 증거와 법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오히려 더 강조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Q. 형사 절차와 가사 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때 당사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A. 형사 절차와 가사 절차는 출발점부터 목적과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구분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형사 절차는 범죄 성립 여부와 책임을 따지는 과정이고, 가사 절차는 혼인 관계의 해소나 자녀의 복리와 같은 생활 질서에 관한 판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두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 한쪽 결과가 다른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 영향 관계를 그대로 동일시하면 판단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절차에서 요구되는 증명 기준과 권리 구조를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각 절차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실제로는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Q. 수사기관의 권한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구조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A. 현재 논쟁은 구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설계된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에 가깝다고 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을 통해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 장치를 강화하려는 방향은 제도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제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 운영 방식이 곧바로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기관 간 협조가 원활하지 않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구조 개편을 반복하기보다, 현재 제도가 의도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동일한 범죄라도 형량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양형 기준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A. 양형위원회가 설치되고 범죄 유형별 기준이 마련되면서 과거에 비해 예측 가능성이 일정 부분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 기준이 권고적 성격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재판부의 재량이 여전히 넓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 결과 같은 유형의 사건이라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나 신종 사기와 같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범죄 유형에서는 기준 자체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예측 가능성이 더 낮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양형 기준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그 기준이 실제 재판에서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Q. 형사 재판이 장기화되는 문제의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재판 지연은 단일 원인이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겹쳐서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사건 수에 비해 판사 인력이 부족한 구조에서는 한 명의 재판부가 감당해야 하는 사건이 많아지고, 그만큼 개별 사건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디지털 증거의 증가와 사건 구조의 복잡화가 더해지면서 증거 분석과 심리에 필요한 시간이 과거보다 훨씬 길어졌습니다. 또한 일부 사건에서는 당사자가 기일 변경이나 반복적인 증거 신청을 통해 절차를 지연시키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런 요인들이 누적되면 재판은 자연스럽게 장기화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연이 피해자에게는 정의의 실현이 늦어지는 결과로, 피고인에게는 불확실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인력 확충과 함께 불필요한 절차 지연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Q. 국민이 형사사법 시스템을 신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결국 신뢰는 일관성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든 동일한 기준과 절차가 반복적으로 적용된다는 경험이 축적될 때 비로소 신뢰가 형성됩니다. 결론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졌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결과에 대한 수용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반대로 유사한 사건에서 기준이 흔들리는 모습이 반복되면 불신은 쉽게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뢰는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원칙에 따른 판단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형성되는 성격의 것이기 때문에, 제도보다 운영의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