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묻지마 흉기난동’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면 그 글을 실제로 읽은 사람이 없더라도 협박미수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협박 대상이 불특정 다수이더라도 해악의 고지 자체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연선주)는 지난 24일 협박 및 협박미수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의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단독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해 8월 8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 단체 채팅방에 접속해 “오늘 오후 5시 23분에 개포동역에서 피의 축제를 시작하겠다”며 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00명 정도 칼부림하겠다”, “고맙다. 나라 세금으로 세 끼 식사 좀 하자”는 등의 표현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살인을 암시했다.
당시는 신림역과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 불안이 극에 달했던 시기로 경찰이 주요 지하철역 등에 기동대를 배치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던 때였다. 수사 결과 A씨는 “장난삼아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올린 글을 실제로 읽은 채팅방 이용자 1명에 대해서만 협박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글을 읽지 않은 불특정 다수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협박미수죄가 성립할 수 없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에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는 범행의 시기와 장소, 내용, 방법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으며 이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해악을 고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협박미수죄는 해악의 고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은 협박미수죄의 성립 요건과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며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협박미수죄가 반드시 상대방에게 실제로 전달되거나 인식돼야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해악의 고지도 그 자체로 범죄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상에서 흉기난동이나 대량 살상을 암시하는 글은 사회적 불안을 증폭시키는 만큼 실제 실행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형사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며 “장난이나 분풀이 차원의 게시글이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