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격노' 진술 확보한 특검…김건희 비화폰 사용도 포착

순직 해병대원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순직해병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직후 벌어진 수사 외압 정황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비화폰 사용 내역까지 포착되면서, 대통령실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지난 30일 브리핑에서, 특검팀이 지난 24일부터 대통령경호처와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은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을 포함해 총 21명의 통신기록 확보를 목적으로 진행됐다.

 

영장 집행 대상에는 비화폰 통신기록도 포함됐다. 정 특검보는 "비화폰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들에 대해 통신자료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고, 김건희 씨도 비화폰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가 사용한 비화폰은 제3자로부터 받은 것이 아닌, 본인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화폰은 외부 감청이 어려운 고위 보안 장비로, 일반 휴대전화와는 통신 방식이 다르다. 특검은 김 여사가 일반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흔적과 더불어 중간중간 비화폰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 구명 시도와 관련해 민간 로비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18일에는 임 전 사단장 부부,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극동방송, 여의도순복음교회, 김장환·이영훈 목사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이는 임 전 사단장이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며, 김 여사 주변 인물들과의 접촉, 개신교계 인사들과 대통령실 간 연락 정황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들 압수물 분석을 통해 청탁 또는 외압 정황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추적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 발언을 둘러싼 정황은 진술을 통해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특검은 지난 25일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결과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임 전 비서관은 이같은 사실을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알렸다고 진술했다.

 

특검이 확보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문건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는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경호처장,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임기훈 전 비서관 등 7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처장을 제외한 5명이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 직후 이종섭 전 장관에게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를 이용해 직접 전화를 걸고 “이런 일로 다 처벌하면 어떡하냐”며 수사결과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 발언이 수사에 대한 직접적 외압이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관계자 진술과 통신기록, 회의록 등을 면밀히 분석 중이다.

 

특검은 현재 수사의 중심을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국방부 차원에서 수사기록이 회수되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에 나선 과정으로 옮기고 있다. 이는 혐의자 축소 또는 수사 무마 시도와 직접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특검보는 “현재 국방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기록 회수 및 재조사 경위에 대한 조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초기보다 기록회수 및 재검토 부분 수사가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