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청] 형량 강화 일변도(一邊倒), 우리 사회가 잃는 것들

백화점 협박 사건이 남긴 물음표
형량 강화하면 범죄가 줄어들까

응징보다는 재발 방지에 초점 둬야
‘근본적 대책’이 안전 사회 만든다

 

최근 온라인상에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예고 글이 올라와, 백화점 고객 4천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초유의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해당 글의 진위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몇 년간 무차별 흉기 난동이나 지하철 테러 예고 등 유사한 범행이 실제로 발생한 사례들을 떠올리면, 이번 사안 역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협박은 사회 전체의 불안을 극대화하고, 단순한 장난 글 하나가 시민들의 일상과 경제 활동을 순식간에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큽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영업 중단으로 인한 매출 피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인력의 대응 비용, 시민들의 불안 심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이 막대하게 발생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이와 같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협박에 대응하기 위해 공중협박죄(형법 제116조의2)가 신설되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 등을 통한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협박 범행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기존 협박죄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 처벌이 어렵고 형량 또한 지나치게 낮아서 현행법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따라서 신세계백화점 폭파 협박범의 경우에는 공중협박죄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내용으로 공연히 공중을 협박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기존 협박죄의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공중협박죄는 형량이 크게 상향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이 제정된 지 불과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신세계백화점 폭파 협박 사건이 발생하면서, 벌써부터 현행 공중협박죄의 형량이 여전히 낮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 협박죄의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공중협박죄를 도입했는데, 사건이 터지자마자 또다시 형량 상향론이 제기되는 모습입니다.

 

필자는 지금 우리 사회가 범죄에 대응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형량 강화 일변도(一邊倒)’로 흐르고 있다고 봅니다. 공중협박죄의 형량을 높인다고 해서 과연 공중을 상대로 한 협박 범행이 완전히 사라질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잠깐은 경각심을 줄 수 있겠지만 추적을 피할 방법이 퍼진다면 또 이 일은 반복될 것입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여러 법 개정 사례들이 이미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어떤 범죄건 형량을 높인다고 해서 그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접근은 다양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특정 범죄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기 시작하면, 결국 다른 범죄들까지 연쇄적으로 형량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 전반에 더 강하게 처벌하자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그 적용 대상은 어느 순간 나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범죄가 발생하는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공중협박죄의 경우 상당수가 중·고등학생 같은 미성년자나 사회 초년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저지르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이러한 행위의 위험성과 처벌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형법 조항을 개정하는 데만 집중할 뿐, 정작 예방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인과응보’, ‘강력 처벌이라는 말은 순간적으로는 속이 시원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결국 다른 범죄의 형량까지 덩달아 높여, 한 번의 실수가 재기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떤 범죄든 강하게 처벌하자는 주장은 가장 손쉽고 단순한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단순할수록 그 부작용은 크기 마련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무겁게 처벌하자라는 단순한 해법이 아니라, 왜 이런 범죄가 반복되는지에 대한 성찰과 근본적인 대책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