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20대 재소자가 동료 수감자들에게 폭행을 당해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9일 유족과 부산구치소 등에 따르면 재소자 A씨(20대)는 지난 6월 부산 사상구 소재 부산구치소에 입소해 생활해왔다. 그는 5인실에 수감돼 있었으며 같은 방에는 조직폭력배 추정 인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오후 “수용 거실 내에서 A씨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응급조치 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부검을 담당한 병원은 사인을 복부 장막 파열로 추정했다.
유족 B씨는 “아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했다”며 “이마에 혹이 있었고 입술에는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일 면회 때도 이마에 상처가 있어 폭행당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며 “수사기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호소했다.
부산구치소 관계자는 “사건은 현재 수사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며 “부검은 10일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건 직후 A씨와 같은 거실을 사용하던 수감자들은 모두 분리 조치됐다.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교정시설 내 수용자 간 폭행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수용자 간 폭행 건수는 6320건으로, 2015년(4528건)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폭행 증가의 원인으로 과밀수용 문제를 지목한다. 교정시설 수용률은 2022년 104.3%, 2023년 113.3%, 지난해 122.1%로 매년 상승했다. 정원은 5만 250명이었지만 실제 수용 인원은 6만 1366명에 달했다. 과밀수용이 심화되면서 교도관 인력 부족과 관리 공백, 폭행 증가가 악순환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교정당국은 2023년 ‘교정특별사법경찰팀(광역특사경)’을 신설해 교정시설 내 폭행·사기·마약 밀반입 사건을 전담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후 수사에 그칠 뿐 예방 효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2024년 7월 청송교도소에서는 수용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재소자가 상습 폭행 끝에 사망했다. 2022년 공주교도소에서는 장기간 괴롭힘과 폭행으로 재소자가 숨졌고, 같은 해 인천구치소에서도 폭행으로 뇌 손상을 입은 재소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대표 변호사는 “교도관 한 명이 담당하는 수용자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세밀한 관리가 불가능하다”며 “광역특사경 운영 같은 제도적 장치와 함께 과밀수용 해소, 인력 확충 같은 구조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