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보이스피싱과 마약 등 국제적 범죄의 핵심 수단으로 지목된 자금세탁을 실효적으로 처벌하기 위해 새 양형기준을 마련한다. 불법 도박과 유사 카지노 등 사행성 범죄 양형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형위는 전날 열린 제141차 전체회의에서 자금세탁범죄 양형기준 설정안을 심의하고 내년 3월 최종 의결을 목표로 구체적 기준 마련 절차에 착수했다.
새 기준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범죄수익 은닉·가장 및 수수 ▲마약거래방지법상 불법수익 은닉·가장 및 수수 ▲외국환거래법상 허위·부정 외국환 업무 및 미신고 자본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등 4개 대유형으로 분류된다. 특히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는 도피액과 법정형에 따라 3개 세부 유형으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자금세탁은 범죄 자금을 은닉하거나 합법 자산으로 가장해 보이스피싱, 마약 등 중대 범죄의 목적을 달성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실효적 처벌을 위한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동 성 착취물 영상 판매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가 암호화폐와 차명 계좌를 통해 범죄 수익을 세탁한 사례 등으로 국민적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다.
사행성·게임물 범죄 양형기준도 함께 손질된다. 법률 개정으로 신설된 관광진흥법상 유사 카지노업과 한국마사회법·경륜·경정법의 온라인 마권·승자투표권 발행 시스템 범죄가 새로 포함됐으며, 홀덤펍 내 불법도박 등 신종 사행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가 목표다. 반면 실제 적용이 거의 없는 유사 소싸움 경기는 제외된다.
양형위는 앞으로 권고 형량 범위, 양형 인자, 집행유예 기준 등을 구체화해 내년 3월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법조계는 “보이스피싱과 마약 등 국제 범죄가 복잡해지는 현실에서 자금세탁 처벌 수위를 명확히 하는 것은 금융 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필수 조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