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자발찌 추가조건, 기간 정하지 않으면 위법”

출소 후 음주·음주운전 징역 8개월
대법 "준수기간 미정 부과는 위법“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에게 부과되는 준수사항이라 하더라도 적용 기간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면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준수기간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근거로 한 감독이나 처벌 역시 위법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같은 기준은 전자장치 부착명령 준수사항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문제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남양주시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귀가했다. 이후 이를 확인한 보호관찰관들이 음주 측정을 요구했지만 A씨는 여러 차례 이를 거부했다.

 

이후 측정에 응했을 때 혈중알코올농도는 0.107%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A씨를 음주운전과 전자장치 부착명령 준수사항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2014년 강간죄로 징역 4년과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 7년 부착 명령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이에 A씨는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판단했다.

 

대법원은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의2 제1항을 근거로,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함께 부과되는 준수사항은 반드시 부착기간 범위 내에서 ‘준수기간’을 정해 부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추가 준수사항에는 준수기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고, 부착명령의 잔여 기간을 준수기간으로 본다고 해석하기도 어렵다”며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은 준수사항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위법한 준수사항을 근거로 한 보호관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 역시 적법한 근거가 없다”며 “형사소송법상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적용해 해당 음주 측정 결과 역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준수사항 위반을 이유로 처벌하려면 해당 준수사항 자체가 법률이 정한 요건을 충족한 적법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법리는 기존 판례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다. 대법원은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함께 부과되는 준수사항은 반드시 준수기간을 특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급심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대전지방법원은 준수기간이 명확하지 않은 음주 제한 준수사항을 근거로 한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에게 부과되는 준수사항의 형식과 절차 요건을 엄격히 확인한 사례로 보고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준수사항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법적 의무인 만큼 적용 기간 등 핵심 요소가 명확히 특정돼야 한다”며 “준수기간이 빠진 경우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없고, 그에 기초한 보호관찰 감독 역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