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계가 대학병원 산과 의사의 분만 의료사고 기소를 두고 부당함을 주장하는 가운데, 환자단체는 피해자가 형사 고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피해자가 형사 고소를 택하지 않을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의료사고 피해자의 고소는 줄어들 수 없다”며 “의료계와 정부, 국회는 피해자 관점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법원이 의료사고를 발생시킨 한 산부인과 의사에 대해 약 6억50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내리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선 것에 대한 반응이다.
산모이자 같은 병원 의사였던 피해자는 지난 2018년 출산 과정에서 아기의 뇌성마비가 발생했다며 주치의인 산부인과 교수를 형사 고소한 바 있다.
이에 민사 1심 재판부가 배상 판결을 내리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물론 상급종합병원 산과 의사들까지 “불가피한 의료사고를 과도하게 처벌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환자단체는 “의료사고 현장에는 충분한 설명이나 유감 표명, 예방을 위한 환자안전사고 보고, 신속한 피해배상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병원과 의사들이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합회는 피해자가 형사 고소 없이도 울분을 해소하고 적정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경미한 과실의 분만 의료사고 국가 보상 △의료사고 설명 의무 강화 △의료진 유감 표시의 증거능력 배제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설치 등의 입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