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수당이라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전남대병원 직원 1090명이 병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정근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소속 전남대병원 직원들은 병원이 “정근수당, 진료지원수당, 대민업무보조비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시간외·야간·휴일근로수당과 연차수당을 계산했다”며 2010년 8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지급되지 않은 임금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근로자들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병원에 미지급분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지급일 전에 퇴직하면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므로 고정성이 결여됐다”며 일부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는 “임금이라 함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6조는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을 판단할 때 △정기성(일정한 간격으로 지급되는가) △일률성(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가) △고정성(지급이 확정돼 있는가) 세 가지 요건을 핵심 기준으로 본다.
이 가운데 ‘고정성’이란 “근로자가 근무일에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업적·성과 등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된 성질”을 의미한다(대법원 2015. 6. 24. 선고 2012다118655 판결).
즉,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지급이 예정돼 있다면 고정성이 인정되며, 반대로 성과·재직 등 추가적인 요소가 지급 여부를 좌우한다면 고정성이 부정될 수 있다.
하급심은 재직 조건을 고정성을 무너뜨리는 추가 요건으로 보아 통상임금성을 부정했으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재직조건은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한 근로자라면 충족할 수 있는 조건에 불과하다”며 “그런 조건이 부가됐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전제하면서 재직조건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부정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로유의 배희정 변호사는 “통상임금 판단에서 형식적인 지급 조건보다 실질적인 근로 대가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며 “향후 유사한 임금 분쟁에서 ‘재직 조건’만으로 고정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