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사실 특정에 위법이 있을 경우 항소심 대응 전략은?

 

저는 ○○교도소 미결수용자입니다.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며, 죄명은 아청법 위반(성매수 등)입니다. 제 사건과 관련해 세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Q1. 피해자는 1차 진술에서 범행 장소를 ‘모텔’이라 했으나, 객관적인 통신자료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2차 증언에서야 처음으로 ‘차 안에서 성관계를 했다’는 새로운 진술을 했고, 이에 따라 검사가 공소장을 ‘모텔’에서 ‘불상지’로 변경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성관계가 차량 안에서 이루어졌다면 범행 장소는 ‘불상지’가 아니라 ‘차량 내’로 특정되어야 하는 것 아닌지, 이처럼 공소사실 특정이 불명확하거나 실체와 부합하지 않는 경우 유죄 인정이 부정된 판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1. ‘불상지’ 공소변경의 적법성 및 공소사실 특정 문제

 

가. 공소사실 특정의 법리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은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원의 심판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5도2003 판결).

 

공소사실의 특정 요건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며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1. 10. 25. 선고 91도2085 판결).

 

나. ‘불상지’ 기재의 문제점


귀하의 사안에서 검사가 범행 장소를 ‘모텔’에서 ‘불상지’로 변경한 것은 피해자가 2차 진술에서 ‘차 안’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했음에도 이를 ‘불상지’로 기재하였으므로 실체적 진실과 부합하지 않고,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도 이의제기의 필요성이 커보입니다.

 

관련 판례를 보면, 대법원 2017. 5. 19. 선고 2017도1062 판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행 일시만 2016. 6. 22.부터 2016. 7. 1. 경까지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그 외에 범행장소, 범행방법이 특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 공소제기의 절차가 위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공소를 기각한 바 있습니다.

 

또한, 부산지방법원 2013. 4. 18. 선고 2012고단9153 판결은 “피고인이 마약을 투약하였다고 제보한 익명의 제보자의 진술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나타난 범행일시, 범행장소 및 범행방법의 기재만으로는 비록 마약 투약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만큼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공소를 기각한 바 있습니다.

 

다. 진술 번복과 공소변경의 적법성


피해자 진술이 번복되어 공소장을 변경한 경우, 그 적법성이 문제됩니다. 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2113 판결은 “당초의 공소사실과 공소장변경 허가 신청을 한 공소사실 간에 동일성이 없다”고 판시하며, 공소사실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달라진 경우 공소장변경이 불가하다고 보았습니다.

 

위와 같이 이 사건에서 ‘모텔’에서 ‘차량 내’로의 장소의 변경은 “범행 장소의 본질적 변경”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이를 단순히 ‘불상지’로 기재하는 것은 공소사실의 동일성 문제를 회피하려는 시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2. 공소장상 범행 시각은 15:00경이나, 피고인은 그 시각에 현장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객관적 증거에 따르면 15:15경 이후 귀가한 사실만 인정됩니다.

 

이처럼 범행 시각과 피고인의 동선이 약 15분 차이 나는 경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공소사실 인정에 있어 어느 증거가 우선하는지, 시간 불일치가 유죄 판단에 영향을 미친 판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2. 범행 시각 불일치와 증거력 판단

 

가. 범행 시각 특정의 중요성


범행 시각은 공소사실 특정의 핵심 요소입니다. 대법원 1997. 5. 23. 선고 97도852 판결은 “사람이 경험한 사실에 대한 기억은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흐려질 수는 있을지라도 오히려 처음보다 명료해진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는 것임에도, 피해자의 진술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시일이 경과할수록 사고 현장의 상황에 부합하도록 진술 내용이 번복되어 왔다면 그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나. 객관적 증거와 진술의 불일치


귀하의 사안에서 공소장상 범행 시각은 15:00경이나, 객관적 증거인 통신자료 등에 따르면 피고인이 15:15경 이후에야 귀가한 것만이 확인됩니다. 이러한 약 15분의 시간 차이는 범행 성립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도15653 판결은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지게 된 결정적 증거인 피고인과 갑의 수사기관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 진술과 갑의 항소심 증언은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범행 장소까지 가게 된 경위 내지 과정, 범행 장소에 도착한 이후부터 사건 현장에 이르기까지 이동 방식 및 경로, 폭행 당시 구체적인 행동 양태와 범행 이후의 제반 정황, 폭행 시각과 사망추정 시각의 불일치, 피고인과 갑이 자백을 번복하게 된 경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무죄를 인정한 바도 있습니다.

 

다. 피해자 진술과 객관적 증거의 우열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하여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은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에 반하지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31 판결 참조), 위 사건에서 통신자료 등 객관적 증거가 피해자 진술과 불일치하는 경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Q3. 다른 범행 장소와 관련해서도 검사는 ‘불상지’로 공소를 변경했습니다. 피해자는 1·2차 진술 모두 초기에는 동일한 장소를 진술했으나, 이후 재주신문과 법정 신문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결국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실체적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 1심이 유죄를 인정했는데, 이처럼 진술이 번복되거나 기억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공소사실 특정과 유죄 인정이 문제된 판례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A3. 피해자 진술 번복 및 ‘불상지’ 특정 문제

 

가. 진술 번복의 법적 의미


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은 “피해자가 수사기관 및 제1심 법정에서 대체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가 항소심에 이르러 다소 모호한 진술을 하고 있는 경우,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진술 번복의 경위와 동기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어, 피해자가 초기 진술을 번복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경우, 그 신빙성에 대하여 탄핵하는 주장을 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나. 실체적 진술 없이 유죄 인정의 문제


피해자가 법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실체적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 유죄를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며, 서울북부지방법원 2015. 9. 8. 선고 2015고단1458,1801(병합) 판결은 “피해자가 법정에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 자체의 신빙성 인정 여부와 함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동기나 이유,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하여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 공소사실 특정 불비와 무죄 판결 사례


진술이 번복되고 범행 장소가 ‘불상지’로만 기재된 경우 공소를 기각한 판례들이 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19. 6. 20. 선고 2019고합34 판결은 “피고인이 2012. 9. 경 부산 중구 이하 불상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일명 ‘필로폰’) 불상량을 1회용 주사기를 이용하여 주사하거나 커피 등 음료수에 타 마시는 방법으로 이를 투약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나타난 범행일시, 범행장소 및 범행방법의 기재만으로는 비록 마약 투약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만큼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 2017. 5. 19. 선고 2017고단1062 판결도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행일시만 2016. 6. 22.부터 2016. 7. 1. 경까지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그 외에 범행장소, 범행방법이 특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 공소제기의 절차가 위법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의하여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결론


항소심에서는 아래와 같은 쟁점들을 체계적으로 주장하고, 관련 판례들을 적극 원용하여 1심 판결의 부당성을 다투시기 바랍니다. 특히 공소사실 특정 불비, 객관적 증거와의 불일치, 진술 신빙성 결여 등을 종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첫째, 범행 장소가 ‘모텔’에서 ‘차량 내’로 변경되었음에도 ‘불상지’로 기재한 것은 공소사실 특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한 위법한 공소장 변경입니다.

 

둘째, 공소장상 범행 시각과 객관적 증거(통신자료)가 약 15분 불일치하는 것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고 법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실체적 증거가 없으므로, 유죄 인정은 부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