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환자도 타지 않은 사설 구급차를 몰고 사이렌을 울리며 질주하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2단독 허명산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배모씨(28)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조사 결과 배씨는 지난 3월 8일 오전, 응급환자가 타지 않은 사설 구급차를 몰고 서울 중랑구 일대 약 3㎞ 구간을 질주했다. 그는 친구를 빨리 만나기 위해 사이렌을 켠 채 버스전용차로를 달리고, 중앙선을 넘는 등 약 450m 구간에서 신호 4개를 연달아 위반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승용차와 충돌한 뒤 인도로 돌진해, 보도 위에 있던 행인 B씨를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6주 뒤 숨졌다.
재판부는 “응급차를 응급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법이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친구를 만나려는 사적 이유로 긴급자동차의 지위를 악용했고, 그 결과 한 생명을 잃게 했다”고 밝혔다.
또 “출소 후 불과 2년 만에 다시 범죄를 저질렀고,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배씨는 2020년 특수강도죄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023년 6월 출소한 전력이 있었다.
현행법상 사설 구급차 운전자는 ‘1종 보통 운전면허’와 도로교통공단의 ‘긴급자동차 교육’ 이수만으로 운행이 가능하다. 신규 교육은 3시간, 이후 3년에 한 번 2시간짜리 정기교육만 받으면 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허술한 제도가 반복되는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설 구급차 운전자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직종임에도 채용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며 “범죄경력 조회와 심리검사 의무화 등 구체적 자격심사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