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 미집행자 검거율 절반에 불과…‘형 집행’ 공백은 여전

매년 2000명 안팎 잠적…검거율은 50%대 정체
압수수색 등 강제 근거 부족…형벌권 실효성 우려
“선고된 형은 반드시 집행돼야”…제도 보완 요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실형이 확정된 뒤 잠적하는 자유형 미집행자가 매년 2000명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형 확정자에 대한 신병 확보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형 집행의 실효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사기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도 수감 전 도피한 20대 A씨를 최근 검거했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실형이 확정됐지만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재를 숨기고 형 집행을 피하는 이들을 말한다.

 

형 확정 이후 A씨는 보호시설을 퇴소 후 생부를 찾는 과정에서 가족관계등록을 새로 정리하며 성명과 생년월일·주민등록번호까지 변경했다. 그러나 수사·기소·재판 과정은 변경 전 정보를 기준으로 진행돼 초기 소재 파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검은 법원을 통해 인적사항 경정 결정을 받은 뒤 신규 인적사항에 기반해 통화내역과 이동 경로를 재추적했고 일주일 만에 A씨를 체포했다.

 

자유형 미집행자 규모는 최근 5년간 2000명 안팎으로 집계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석준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504명 △2022년 2465명 △2023년 2393명 △2024년 2544명 △올해 2440명(6월 기준)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검거율은 △54.2% △59.9% △61.9% △60.1% △43.9%(6월 기준)로 평균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문제는 자유형 미집행자의 도피 방식은 고도화되는 반면 형 집행에 필요한 강제조치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 제1항은 형 집행을 위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허용해 이동 경로 파악은 가능하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15조는 압수·수색 영장을 ‘범죄 수사에 필요한 때’로 제한하고 있어 실형 확정자 확보를 위한 강제 수색은 사실상 어렵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피고인의 위치를 파악하고도 강제로 진입하거나 체포하기 어렵고 탐문·잠복 등 간접적 방식에 의존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자유형 미집행자의 신병 확보는 형벌 집행의 마지막 단계인데도 법적 수단이 막혀 있다”며 “결국 검거는 수사 인력의 시간과 노동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형 선고가 실제 수감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누적될 경우 형사사법 체계 전반의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실형이 선고됐는데도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형벌권 집행이 중단된 것과 같다”며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형벌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도주 위험이 있는 피고인에 대한 신병 확보 원칙을 법률로 명확히 정비하고, 선고된 형이 실제로 집행된다는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