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불원서’, ‘고소 취하’ 했는데 사건이 종결되지 않는 이유는?

 

이번 ‘법·알·못 상담소’에서는 고소와 수사 절차와 관련하여 특히 질문이 많은 들어오는 주제들을 골라보았습니다. 알고 나면 단순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면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능한 한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판단되는지를 중심으로 풀어보았으니,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Q. 저는 현재 재판 진행 중인 수용자입니다.


얼마 전 진행한 수사 접견 이후로 궁금한 점이 생겨 질문 드립니다. 제 사건의 피해자와 합의도 했고, 피해자 쪽에서 직접 처벌불원서도 써줬는데요.

 

그래서 이제 사건이 끝난 줄 알았는데, 경찰에서는 송치할 거라고 합니다. 피해자가 더 이상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왜 사건이 끝나지 않는 건가요?

 

A. 질문자분께서 궁금해하시는 부분은 제가 은근히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처벌불원이 곧 사건의 종료라고 생각하시지만, 실제 형사소송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범죄 중에는 ‘반의사불벌죄’로 분류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국가가 처벌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대표적으로 폭행죄, 명예훼손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범죄들은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그 즉시 사건이 종결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범죄들은 국가가 공공의 법익을 위해 처벌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있어도 그것이 곧 기소를 막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 요소’, 즉 형을 정할 때 참고되는 요소이니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진정한지 여부도 재판부가 따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진정으로 용서를 했는지, 피해 회복도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외부 압박은 없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정리하면,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처벌불원서는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이 아닌, 형을 감경하는 자료가 됩니다. 질문자분의 경우에는 연루된 사건이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것으로 보이며, 기소되는 것 자체는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구약식 벌금형 가능성이 있다면 그 방향으로 노력을 해보아야 할 것이며, 설령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형량에는 참작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Q. 변호사님, 저는 지인과의 말다툼 후 고소를 당해 현재 구속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다행히 지금은 서로 이야기가 잘돼서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해 주겠다고 했는데요. 주변에서는 “고소만 취하되면 사건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정말 맞는 말인지요? 구속되어 있다 보니 걱정이 많이 됩니다.

 

A. 앞의 질문자분과 비슷한 상황이신데, 법리적인 관점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기에 질문으로 채택하였습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원고가 소를 취하하면 소송이 바로 종료되기 때문에, 형사사건에서의 고소 취하도 비슷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당연히 그렇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는 민사와 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고소가 취하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건이 곧바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는 ‘친고죄’라고 하며, 전체 범죄 중 극히 일부만 이에 해당합니다.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고소와 관계없이 수사·기소가 가능합니다. 이 경우 고소는 단지 수사 개시의 단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서 도박사이트 사건 같은 경우, 이용자 중 그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불법 사이트가 운영되는 것을 확인 후 내사 또는 수사를 이어갑니다. 이를 ‘인지수사’라고 하는데요. 고소가 있었는지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수사할 수 있는 것이죠.

 

다만 질문자분의 경우에는 죄명을 정확하게 말씀해 주시진 않으셨으나 말다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면 모욕죄일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모욕죄는 친고죄에 해당하므로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면 더 이상 처벌할 수 없는 범죄에 해당하니,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반의사불벌죄와 마찬가지로 친고죄도 수사기관이 고소 취하를 기계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양측이 어떤 경위로 갈등을 해소했는지, 고소 취하가 외압이나 강요 없이 스스로 한 진정한 의사인지 등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부분은 꼼꼼하게 준비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진정한 고소 취하 의사가 있는지 묻는 수사관의 질문에, 고소인이 “당시 상황이 오해였고, 피의자가 범죄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거나 “지금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고 더 이상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는 확실한 고소 취하로서 사건이 더는 문제가 되지 않고 빠르게 종결될 것입니다.

 

Q. 저는 예전에 한 번 형사 재판을 받아서 이미 판결이 확정된 사건이 있습니다.


그 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가 다 끝난 줄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경찰서에서 또다시 조사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나중에 다른 피해자가 뒤늦게 고소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사건으로는 두 번 재판을 받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이미 한 번 재판을 받은 상황에서 또 고소가 들어와 다시 수사를 받고 재판까지 열릴 수 있다고 하니 너무 불안합니다. 이전 사건이 있는데도 이런 식으로 재판이 또 진행될 수 있는 건가요?

 

A. 질문자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재판을 받아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같은 범죄로 다시 재판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를 일사부재리 원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동일한’ 범죄에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별개의’ 범죄의 경우,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때 동일한 범행인지는 행위의 태양이나 보호법익 등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범행 시기, 방법, 결과가 같다면 동일한 범죄로 보지만, 피해자가 다르거나 같은 피해자라도 피해 시점, 행위가 독립되어 있다면 새로운 범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여러 명의 피해자에게 같은 방법으로 금전을 편취했다면, 각 피해자별로 별도의 범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미 한 피해자에 대한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다른 피해자의 고소로 별도의 재판이 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에 계신 분들 중에는 사기죄 추가 건이 떠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같은 피해자라도 여러 차례의 송금·요구 등이 별개로 이루어졌다면 각각 독립된 범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고소가 기존 사건과 사실관계상 완전히 동일한지입니다.

 

만약 동일한 범행이라면 다시 처벌받지 않지만, 행위가 독립되어 있다면 별개의 사건으로 보고 재판이 진행됩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고소가 이전 사건과 어떤 점에서 같은지 또는 다른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 고소 취하, 뒤늦은 고소 등은 사건 당사자분들께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칼럼에서는 원칙 위주로 설명드렸지만, 각 사건의 경위·진술 내용·증거 여부에 따라 최종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들께서는 자신의 구체적인 사정을 바탕으로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더시사법률> 독자 여러분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