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범죄 사건은 ‘초기 대응’이 성패를 가를까

성범죄 수사, 진술 하나가 향방 좌우
시간 경과하면 유리한 증거는 소멸
사건 핵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초기 대응 미흡하면 억울함 남긴다

 

성범죄 피의자로 입건되는 순간 사람들은 흔히 상상 이상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억울하다는 마음이 앞서기도 하고 ‘수사에 성실히 임하면 진실이 드러나겠지’ 하는 기대를 품기도 하지만, 현실의 수사·재판 절차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직접증거가 많지 않고, 결국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이 맞서는 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사건의 향방을 거의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 조사는 특히 중요하다. 수사기관이 처음 작성하는 피의자 진술조서는 이후 모든 판단의 기준점이 된다. 이때 피의자는 종종 ‘솔직하게 말하면 오해가 풀리겠지’라고 생각하며 준비 없이 진술에 나서곤 한다. 그러나 수사 기록에 남는 문장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항상 존재한다. 말의 앞뒤가 잘려 기록되기도 하고, 표현이 과장되거나 부정확하게 기재되기도 한다.

 

이후 진술을 ‘수정’하게 되면 진술 자체의 신빙성이 흔들려 불리함이 커진다. 따라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은 추측해서 말하지 않는 것이 좋고, 당시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떠올려 정리한 뒤 조사에 응하는 편이 안전하다. 수사기관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칠 위험도 있다.

 

성범죄에서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사라진다. 이동 동선이 기록된 CCTV는 보관 기간이 짧고, 스마트폰 메시지도 상대방이 삭제하면 확인이 어려워질 수 있다. 사건 전후의 일정표, 통신 기록, 목격자의 존재, 주변 환경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까지도 나중에 가면 재구성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

 

성범죄는 직접증거가 부족한 사건이 대부분이라 이러한 정황증거가 나중에 진술 신빙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피의자들이 ‘경찰이 알아서 조사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스스로 증거를 모으지 않으면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다.

 

성범죄 사건의 핵심은 결국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다. 법은 피해자의 말을 그대로 믿는 구조는 아니지만, 논리적 모순이 없고 정황에 부합하면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유죄가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원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진술 변화, 말의 일관성, 당시 상황에서의 합리성, 피해자의 행동 패턴, 주변 증거와의 부합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피해자를 공격하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진술 속 모순이나 비합리적인 부분을 구체적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다. 감정적인 표현보다는 객관적인 오류와 사실관계의 충돌을 짚어내는 방식이 훨씬 설득력 있게 작용한다.

 

합의 문제도 오해가 많다. 성범죄는 이제 대부분 비친고죄라 합의가 ‘처벌 면제’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형량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합의 자체가 곧 유죄를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합의를 시도하는 것도 금물이다.

 

합의를 위해 한 말이나 태도가 자칫 ‘범행을 인정한 정황’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합의가 도움이 되는 사건과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의 진술이 우선 보호되는 구조 속에서 피의자는 억울하다고 말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많은 피의자들이 “허위 고소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논리와 증거다. 초기 대응이 미흡하면 이후 아무리 노력해도 사건의 흐름을 되돌리기 어려울 때가 많다. 수사기관은 초기 진술을 기준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그 시점에 이미 방향이 크게 기울어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결국 피의자로 지목된 순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이때의 판단과 대응이 사건 전체를 결정한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조급하게 말하거나 억울함만 주장하는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을 정리하고,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고, 전략을 세워 절차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성범죄 사건은 준비한 만큼 결과가 달라지는 분야다. 초기부터 체계적이고 냉정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스스로의 삶과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