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재판부는 체포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범인도피 교사),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직권남용),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 후 폐기(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대통령기록물법 위반·공용서류손상),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대통령경호법 위반 교사)는 유죄로 인정하고, 외신 허위공보(직권남용)에 대해서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전직 대통령 개인의 형사 책임을 넘어, 앞으로 수사와 재판을 겪게 될 많은 이들이 반드시 곱씹어 볼 만한 시사점을 담고 있다. 변호사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이번 판결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공수처 ‘인지수사’의 범위가 사실상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영장 집행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법문만 놓고 보면 내란죄가 공수처의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공수처는 직권남용 수사 과정에서 내란 혐의를 인지하게 되었다는 논리로 맞섰고, 재판부는 별다른 장황한 설명 없이 이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으로 인해 공수처는 ‘인지’라는 관문만 넘으면 범죄 유형을 가리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사실상 인정받게 됐다. 이는 고위공직자 입장에서는 공수처와 검찰 양쪽에서 조사를 받는 상황이 일상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수사 대응 전략을 세울 때, 혐의가 명확히 없다고 판단된다면 공수처 단계에서 적극 소명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쟁점이 애매한 사안이라면 공수처에서는 신중하게 방어하고 검찰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다투는 전략적 선택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법원의 경향을 보면 절차적 위법성 주장만으로 위법수집증거 배제를 기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 역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둘째는 재판장의 진행 태도와 최종 결론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판 과정에서 변론 재개 요청이 거듭 거절되는 모습을 보며 중형을 예상한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결과는 구형의 절반 수준이었다.
재판을 엄격하게 진행한다고 해서 항상 선고가 무거운 것도 아니고, 재판장이 부드럽게 임한다고 해서 결과가 가벼운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법정에서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 재판장이 증인 신문을 굳이 더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묻는 장면이 꼭 피고인의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겠다는 신호는 아니다.
오히려 판단에 필요한 자료는 이미 충분하니 절차를 정리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다. 반대로 법정에서는 날카롭게 지적하던 재판부가 판결문에서는 치밀한 논리로 감형 사유를 설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판은 분위기가 아니라 전체 흐름과 판결문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변호인과 상의해 세운 전략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는 대통령의 헌법상 특권이 실질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헌법 제84조의 불소추 특권을 소추와 수사를 엄격히 구분해 해석했다. 재직 중 기소는 불가능하더라도 수사와 영장 집행은 가능하다는 취지다.
법리적으로는 정합성이 있지만, 정치 현실에서는 대통령의 권한과 입지를 크게 제약하는 해석임이 분명하다. 우리 헌법 구조상 대통령은 의회 해산권이 없고, 국회 다수당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여기에 탄핵 소추권을 가진 거대 야당과 수사기관의 상시적 개입 가능성까지 겹치게 되면, 대통령은 국정 운영보다 사법적 방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될 위험이 있다.
헌법 특권을 좁게 해석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대통령제의 안정성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이번 판결은 향후 이어질 내란죄 재판의 서막에 가깝다. 필자는 해당 재판에서도 유죄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비상계엄하에서 벌어진 국회 진압 사태에 대해 사법부가 번복 가능성을 열어두는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 사건에서는 끝까지 무죄를 외치며 여론전과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는 선택이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일반 형사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실리다. 법원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소신이라는 이름으로 고집하다 보면, 반성 없는 태도로 비쳐 형량만 불리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 재판은 1심으로 끝나지 않는다. 항소심까지 내다보며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판결이 독자 여러분께 재판을 보다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