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법 “통신매체이용음란, 표현 아닌 전송 목적·맥락 판단” 파기환송

대법, “전송 목적·맥락 따져볼 것”
‘법리 오해’ 인정돼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이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상대방에게 보낸 메시지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 일부 포함돼 있더라도, 그 전송 목적이 ‘성적 욕망의 유발이나 만족’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제2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다.

 

피고인은 2022년 9월 길거리에서 피해자에게 연락처를 묻고 이후 메시지를 주고받던 사이로 같은 해 10월 피해자가 연락 중단 의사를 밝히자 다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신체·직업 등을 빗대는 표현이 포함된 메시지를 전송했고, 검찰은 이를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전달한 행위로 보고 기소했다.

 

1심은 해당 메시지의 내용과 표현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자기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서 말하는 ‘성적 욕망의 유발 또는 만족 목적’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의 동기와 경위, 메시지 전송의 전체적 맥락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연락을 끊는 과정에서 서로 공격적인 표현을 주고받으며 감정적 다툼이 격화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문제의 메시지도 피해자가 보낸 공격적인 문자에 대응해 단발적으로 전송된 것으로 이후 유사한 메시지가 반복되지 않았다”며 “이 사건 메시지가 상대방을 성적으로 자극하거나 이를 통해 심리적 만족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피해자의 언행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비아냥과 모욕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데 가까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메시지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이 일부 포함돼 있더라도 당시 정황과 전체적인 대화 흐름을 고려하면 이를 곧바로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행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이사건 법률대리인 김형민 변호사는 “이 사건의 쟁점은 메시지 표현 자체가 아니라 그 메시지가 전송된 전체적인 맥락과 피고인의 주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에 있었다”며 “상고심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연락을 단절하는 과정에서 쌍방 간 감정적 다툼이 격화된 경위, 문제의 메시지가 단발적으로 전송된 점, 성적 만족을 추구하는 지속적·반복적 행위로 보기 어려운 점을 중심으로 ‘성적 욕망 목적’이 부정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다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도 원심이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메시지의 표현 일부만으로 성적 목적을 인정한 것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