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로서 가장 마음이 무거운 순간은 성범죄 혐의를 받는 의뢰인을 처음 만날 때다. 억울함과 두려움, 절망이 뒤섞인 눈빛은 사건을 수행하는 내내 잊히지 않는다. 회식 자리에서 갑자기 성범죄 피의자가 된 사람, 일을 하며 평범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던 중 졸지에 ‘가해자’로 몰린 사람…. 사회적 낙인, 직장에서의 퇴사 압력, 가족들의 의심 속에서 그들의 삶은 무너져 내렸다.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은 그 내용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허위로 진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도2433 판결). 피해자 보호라는 원칙 아래 피의자는 이미 ‘가해자’로 낙인찍힌 채 수사받는다. 피의자의 진술은 ‘변명’으로 치부되지만, 고소인의 진술은 ‘피해 호소’로 받아들여지는 구조적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나는 치밀한 법적 대응으로 의뢰인들과 함께했다. 나는 의뢰인과의 첫 상담 과정에 사건 당일의 상황을 시간대별로, 장소별로 대화 내
Q. 안녕하세요. 저는 형사사건에 연루된 당사자입니다.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제기를 하려고 하는데, 형사 항소제기기간 7일 중 주말(토·일요일)이 포함되는 것인지, 아니면 영업일 기준인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 설·추석 등 장기 연휴로 관공서가 여러 날 휴무(임시공휴일/대체공휴일 포함)인 경우, 항소제기기간은 어떻게 계산되는 것인지요?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문의해 주신 내용을 정리해 보면, 항소제기기간 중에 주말(토·일요일)이나 공휴일(임시공휴일·대체공휴일 포함)이 포함된 경우, 또는 장기 연휴로 인하여 기간의 마지막 날이 휴무일인 경우 항소기간 만료일이 어떻게 산정되는지에 대한 법령 및 판례의 기준이 궁금하신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해당 내용을 법리적으로 검토하여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 항소제기기간 ‘형사소송법’ 제358조는 항소의 제기기간을 7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58조(항소제기기간)). 나. 기간의 계산 방법 (1) 초일 불산입 원칙‘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일(日) 단위로 기간을 계산할 때에는 초일을 산입하지 않습니다(형사소송법 제66조(기간의 계산)). 따라서 형사 판결에 대
법조인의 길을 오래 걷다 보니 필자는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판사로 있을 때가 사람이 더 단단해 보였다”는 말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법복을 입고 재판정을 바라볼 때는 세상이 놀랍도록 정리되어 보였다. 사람이 아니라 ‘사건’이 보이고, 그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증거’가 보인다. 사실과 증거, 논리와 법리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그 자리는 겉으로는 단단하고 흔들림 없어 보인다. 그러나 변호사가 된 지금, 나는 그 ‘정리된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 인간의 사정 위에 세워져 있었는지를 더 자주 느낀다. 판사로 있었을 때는 기록이 세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변호사가 되어보니 그 기록에 닿기 전 의뢰인의 시간과 그가 어떤 사정으로 그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그 마음의 길을 먼저 보게 된다. 법정 안에서는 정리되어 있던 사건이 변호사에게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판결문에 쓰인 문장은 단정하지만 그 몇 줄의 기록에 불과한 사정 뒤에는 한 사람의 가족, 삶의 무게, 그리고 수많은 감정이 있다. 판사의 일은 냉정하다. 결정해야 하고, 단호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이 책상 위에 쌓이고 각 사건의 피고인, 피해자, 변호인, 검사가 제각각의 입장을 내세운다. 그 속에
Q. 안녕하세요. 저는 <더시사법률> 구독자입니다. 매일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하며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재심 청구 사유 중 ‘형사소송법 제420조, 421조에 해당되는 소정의 재심 사유가 있어 대법원 판결(유죄의 확정판결 또는 유죄의 판결에 대한 상고의 기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는 경우’에 대해 궁금합니다. 이건 ‘상고를 기각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심만 가능하다는 건가요? 아니면 일반적인 재심 절차에 따른 ‘원심에 대한 재심’이 가능하다는 것인가요? 또 사본에 명시되어 있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정신청 및 경정신청은 어떤 경우에 할 수 있는 건가요? A.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대한 예외적 불복 수단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한 중대한 사실인정의 오류가 있을 때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그 확정판결을 시정하는 구제 절차를 의미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7가지의 재심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제1호),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제2호), 무고로 인하여 유죄를
Q. 안녕하세요. 저는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통장 전달책으로 긴급체포되어 경찰 조사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상태이고, 이번 주에 사건이 검찰에 송치될 예정입니다. 제 친한 친구가 올해 초 캄보디아에 여행을 다녀온 후 저희 집에 놀러왔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친구가 “캄보디아에서 코인·선물 투자 관련 일을 하게 되었는데, 자금을 세탁할 계좌가 필요하다”며 제 통장을 가지고 함께 캄보디아로 가자고 권유하더군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돈을 많이 준다고도 했고, “혹시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물어보니 “절대 아니다”라고 하길래 저는 2025년 5월경 친구와 함께 캄보디아에 갔습니다. 현지에 도착해서 3주 동안 숙소에 감금되다시피 했고, 밖에 돌아다니지도 못했습니다. 3주 후 귀국은 했지만 당초 약속했던 돈도 받지 못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감금되어 있어서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보이스피싱인지 모르고 통장만 전달하러 간 것”이라고 진술했는데, 향후 검찰이나 재판 단계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안녕하세요. ‘담장 너머 우체부’ 법무법인 JK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캄보디아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어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어
Q. 항소심에서 변제내역을 제출했는데도 양형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상고 사유가 될 수 있나요? A. 변제 상황을 형량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는 사실심 법원의 재량입니다. 사실심 법원인 1심과 항소심에서는 행위의 모습, 반성 정도, 피해회복 정도 등을 고려하여 형량을 정하게 됩니다. 만약 1심에서 변제 내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서 생각보다 중한 형을 선고받았다면 항소하여 다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상고심(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상고심은 법률심이므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살피지 않고 법령의 적용이 제대로 되었는지만 봅니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는 형량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선고된 경우에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형량 자체뿐 아니라 형량의 전제조건인 판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어떠한 사유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형량이 과다하게 책정되었다는 사유도 결국 양형부당을 다투는 취지이므로 상고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극히 예외적으로 사심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을 벗어날 정도로 위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특정 주제를 정하는 대신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개별 질문에 하나씩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보통은 비슷한 주제를 묶어서 정리해 드렸는데, 그러다 보니 계속 답변이 늦어지는 질문들이 있어서 이번에는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투리 질문들을 모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비록 서신을 통해 직접 질문을 주신 분은 한 분일지라도, 같은 고민을 안고 계신 분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드리는 답변들이 그분들의 답답함을 덜어드리고,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Q.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검찰 조사를 받는 중입니다. 제가 알기론, 조사를 받을 때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의 의미는 제가 답변하기 불편한 건 정말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요? 말주변이 없어서 실수할 것이 걱정되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되기도 합니다. A. 질문자님의 말씀대로 경찰, 검찰 조사를 받기 전 피의자는 모두 ‘진술거부권’을 고지받게 됩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보장하는 피의자의 방어권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
Q. <더시사법률> 독자분들 사이에서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변호사 1순위’로 늘 이름이 오릅니다. 먼저 스스로를 한 문장으로 소개하신다면, 어떤 변호사인지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오셨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재심 사건을 주로 맡아온 변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남 완도군 노화도에서 태어나 노화종합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이후 목포대학교에 진학했다가 군 복무 후 복학하지 않아 중퇴했습니다. 서울 신림동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해 2002년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지금까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박 변호사님 이야기를 하면 ‘등대장학회’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처음 장학회를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첫 재심 사건이 ‘수원 10대 소녀 상해치사 사건’이에요. 무죄 판결을 받고 보상금이 나왔을 때 아이들에게 “이 돈의 10%를 좋은 곳에 쓰자”고 했죠. 그리고 청소년 단체, 미혼모 시설, 세월호 피해자 단체 등에 후원을 했습니다. 그 이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 연이어 무죄가 나왔는데 그분들이 저에게 “10%를 드리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돈을 다시 유가족이나 피해자 지원에 쓰고, 진범을 잡은 형사분께
현직에 있을 때 교정 인사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여러 곳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며칠 전 후배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직도 개선된 점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근무평정을 잘 받는 요직에 있다가 업무 관련 비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직원이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같은 근무지에 배정되고, 승진시험까지 합격한다. 또 일선에서 부하 직원들을 데리고 새벽까지 술자리를 이어가던 사람이 본부의 요직을 돌아다니는 현실을 들을 때면 마음이 착잡하다. 교정의 날을 맞아 언론에서는 ‘수용자가 난동을 부리는 영상’, ‘교도관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식판을 던지는 영상’ 등을 내보내며, ‘수용자 100명을 교도관 1명이 담당한다’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작 교정본부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직원들을 위해 어떤 실질적 정책을 펼쳤는지는 묻고 싶다. 1990년대 C교도소의 야근 1개 부 인원은 약 50명이었다. 3부제에서 4부제로 전환되며 1개 부 40명 정도로 줄었고, 이후 근무 체계가 몇 차례 개편될 때마다 야근 인원은 계속 줄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1개 부 인원이 26명 내외로, 전체 야근 인력이 56명가량 감소했다. 전국 교정기관의 상황도 대체로 비슷하다. 그렇
형사전문변호사로서 법정에 서온 11년, 15000여건의 사건을 마주하며 가장 깊이 새겨진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차가운 구치소 철창을 사이에 두고 의뢰인과 나누었던 절망의 무게, 그리고 마침내 석방이 선고되던 순간 법정을 가득 채우던 안도와 환희의 교차였다. 변호사의 일은 냉랭한 기록과의 씨름이지만, 그 끝은 한 사람의 인생과 그 가족의 삶을 뒤바꾸는 가슴 뜨거운 결과로 귀결된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 법조문은 간결하지만, ‘구속’이라는 두 글자가 한 개인에게 가하는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회와의 단절, 직장과 생계의 상실, 가족의 해체, 그리고 무엇보다 ‘범죄자’라는 낙인과 함께 무너지는 인간의 존엄. 이 모든 것이 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한 개인을 덮친다. 변호사에게 구속된 의뢰인과의 접견은 단순한 법률 상담이 아니다. 그것은 절망의 끝에 선 한 인간의 마지막 희망을 마주하는 일이며, 그의 무너진 삶을 법리라는 도구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고된 과정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