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법·알·못 상담소’에서는 ‘집행유예’를 둘러싼 질문들 중 세 가지를 추려서 하나씩 자세하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자주 언급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제도가 바로 집행유예입니다. 판결문에는 단 몇 줄로 적혀있지만, 실무에서는 집행유예 결격, 취소 등과 관련하여 헷갈릴 만한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가급적 이해하시기 쉽도록 예를 들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고자 하니, 이번 내용이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편히 연락주세요.
Q. 변호사님, 저는 예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그때 기소되지 않았던 추가 건이 이제야 불거졌습니다. 집행유예 기간 중에는 다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다고 들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무조건 실형이 선고되는 건가요?
A. 제가 상담을 하다 보면 “변호사님, 집행유예는 평생 한 번만 가능하다는데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을 생각보다 많이 받습니다. 저도 왜 이런 잘못된 정보가 퍼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집행유예가 평생 한 번만 가능한 제도라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먼저 집행유예의 개념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집행유예란 피고인에게 형을 선고하되, 일정한 기간 동안 그 집행을 미루는 제도입니다. 피고인이 이 유예기간 동안 조심해서 다른 사고를 치지 않고 살면,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고 집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집행유예 규정은 형법 제62조에 있습니다.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위 조항에서 ‘다만’ 이하 부분을 주의해서 보셔야 합니다. ‘집행유예 결격 사유’, 즉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는 사유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질문자분처럼 집행유예 기간 중에 새로운 사건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 다시 집행유예를 받게 될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재판을 받는지에 따라 판단되는 게 아니라, ‘범행이 언제 일어났는지’가 중요합니다. 집행유예 기간에 기소되었더라도, 범행 시점이 과거 집행유예가 확정되기 이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재차 집행유예가 가능합니다.
질문자분의 경우에는 예전에 재판받을 때 한 번에 다 같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것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의 사정으로 기소되지 않았고 이제야 추가 건이 떴는데, 이런 경우에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고 본다면 매우 부당합니다.
즉 이런 경우는 집행유예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여러 양형 사유를 잘 준비하여 다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도록 해보셔야겠습니다.
Q. 변호사님, 저는 집행유예 기간 중에 다른 범죄를 저질러 재판받게 됐습니다. 그러면 저는 집행유예를 받는 것이 불가능한가요? 그리고 자동으로 이전에 받았던 집행유예 선고도 취소되나요?
A. 질문자분의 상황은 앞의 질문자분의 경우와는 다릅니다. 집행유예를 받았고 자숙해야 하는 기간에 다시 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무조건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해진다거나 이전에 받은 집행유예가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까 살펴본 것처럼 형법 제62조에서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유예기간 중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는 실효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을 해석하면, 집행유예 기간 중 다른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항소 중이거나 상고 중인 경우처럼 판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 집행유예는 실효되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어서 설명해 드릴게요. 이전 사건에서 2023년 1월 1일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형이 확정되었고, 그 이후 또다시 발생한 사건으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이전 사건의 집행유예 기간은 2025년 12월 31에 끝나게 되겠죠. 지금 재판받고 있는 사건이 이 시점 이후에 형이 확정되도록 한다면 다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렇게 집행유예 기간 이후에 재판이 확정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판 기일을 연기하거나 속행하면서, 1심, 2심, 3심까지 천천히 진행되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겠죠. 참고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어서 말씀드립니다. 집행유예에 보호관찰, 사회봉사 또는 수강명령 등이 함께 부가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준수 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할 경우 다른 범죄 여부와 무관하게 집행유예의 선고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위반 정도와 개별 사정을 검토해 취소 여부를 판단합니다.
Q. 변호사님, 저는 이번에 형사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검사가 항소를 했습니다. 같은 방 사람이 항소하면 유예기간이 늘어난다고 하던데…제가 항소한 것이 아닌데도 그런가요?
A.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분들이 궁금해하시고, 또 많이들 오해를 하시는 부분 중 하나가 ‘집행유예 기간이 언제부터 계산되는가’입니다. 특히 “항소를 하면 집행유예 기간이 늘어난다”, “재판이 길어지면 집행유예 기간도 길어진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상소(항소·상고)한다고 해서 집행유예 기간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집행유예 기간은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계산됩니다. 판결의 확정이란 더 이상 불복할 수 없는 상태, 즉 항소나 상고를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누구든 상소를 제기해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이고, 확정되기 전에는 집행유예 기간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항소를 하면 재판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집행유예 기간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항소한 주체가 누구인지도 상관없습니다. 피고인이 항소하든, 검사가 항소하든, 양측 모두 항소하든 결과는 같습니다.
중요한 건 판사가 정한 기간 자체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검사와 피고인 모두 항소하지 않았다면 항소 기간이 지나면 판결이 확정되고 그날부터 2년의 기간이 계산됩니다.
만약 피고인 또는 검사가 항소할 경우, 항소심이 진행되는 기간은 포함되지 않고,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날부터 2년의 기간이 계산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은 집행유예 기간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항소한다고 집행유예 기간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에 대해 오해 없이 이해하셔야겠습니다.
‘집행유예’는 많은 분들이 익숙하게 언급하시지만 실제로는 오해가 많은 제도 중 하나입니다. 이번 글에서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드렸지만, 세부적인 판단은 각 사건의 경위·전과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사건에서 정확히 어떤 법리가 적용되는지, 어떤 점을 대비해야 하는지는 개별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구체적인 사정을 바탕으로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더시사법률> 독자분들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받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