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상담소] 형사사건으로 부딪힐 수 있는 생활 속 어려움들은?

 

이번 ‘법·알·못 상담소’에서는 수사나 재판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쟁점은 아니지만, 의뢰인들이 답답함을 느끼시고 자주 궁금해하시는 실무적인 질문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수사나 재판이라는 큰 틀과는 별개로 사건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여러 불편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오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형사사건이 법정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생활 전반과 긴밀히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의문들을 실제 절차와 함께 정리해 보았으니 <더시사법률> 독자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최근 형사 재판을 받고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큰 지출이 있어 지금 당장은 벌금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벌금을 바로 내지 않으면 바로 구속되는 건가요?

 

A. 일단 벌금형을 선고받았더라도 판결이 바로 확정되는 건 아니라는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판결 선고 후 1주일의 항소 기간이 있으며, 기간 내 항소하지 않으면 그때서야 비로소 판결이 확정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판결 확정 이후에 검찰로부터 벌금 납부 통지를 받게 되는데요.


그때부터는 30일 이내에 벌금을 납부해야 하고, 이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검찰은 노역장 유치를 집행할 수 있습니다.

 

노역장 유치란, 벌금을 돈으로 내지 못하는 경우 일정 기간의 노역으로 대신하는 제도입니다.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하는 동시에,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얼마의 기간동안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내용을 함께 선고합니다.

 

예를 들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면서 이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1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을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하면, 100일 동안 노역장에 유치되는 것입니다. 다만 형법상 노역장 유치 기간은 최장 3년을 넘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30일이 지나면 즉시 구속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경제적인 사정이 어렵다면, 검찰청에 분납 신청을 하거나 납부 연기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카드 결제도 가능하니 본인의 상황에서 어떤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시고, 미리 준비하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Q. 저는 현재 형사 재판을 받는 중인데 개인 사정으로 꼭 출국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재판 중에는 자동으로 출국이 금지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출국하려면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궁금하고, 혹시 해외에 나가는 것에 대해서 재판부에서 불리하게 보는 건 아닌지도 걱정이 됩니다.

 

A. 이 질문도 제가 무척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출국이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출국 금지는 별도의 행정처분으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법무부에 별도의 출국 금지를 요청하게 됩니다.

 

즉 출국금지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다면 형사 재판 중이라도 출국은 가능한 것입니다. 다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단계라면 담당 수사관에게 출국 목적과 기간을 미리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피의자 본인은 전혀 도주하려던 것이 아니고 단순히 원래부터 예정된 여행을 가려던 것이거나 사업상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말없이 출국하면 수사기관으로부터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체포영장이 발부되는 등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재판 단계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재판부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다만 재판은 정해진 기일에 출석해야 하고 일정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출국 일정이 공판기일과 겹친다면 반드시 조정이 필요하고 현재는 일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해외 체류 중에 갑작스럽게 공판기일이 지정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염두에 두셔야겠습니다.

 

한편 보석 중인 경우, 보석 조건으로 출국 금지가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부득이한 사정으로 출국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에 재판부에 출국 허가를 요청해야 합니다. 허가 없이 출국하면 보석 조건 위반이 되어 보석이 취소될 수 있고, 이후 형사 절차 전반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현재 수사 중이든 재판 중이든 문제는 출국 자체가 아니라,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출국이 필요한 사정이 생겼다면, 일정이 확정되기 전 단계에서 미리 변호사를 통해 본인이 어떤 조치를 해야 안전한지에 대해 상담받아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Q. 변호사님, 저는 재판이 끝나고 판결문까지 모두 받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수사 단계에서 동결된 제 계좌가 풀리지 않고 여전히 압류 중인데요. 재판 종료 후 바로 풀릴 줄 알았는데 며칠이 지나도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제되는 건가요? 제가 어떤 조치를 해야 할까요?

 

A. 재판이 끝났음에도 계좌 압류가 풀리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재판이 끝났다고 해서 계좌 압류가 자동으로 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추징 보전 조치 등에 의해 계좌 압류가 이뤄지는데, 이는 수사나 재판과 다른 별도의 집행 절차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재판부가 추징을 선고하지 않았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압류가 자동으로 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추징 보전은 법원이 범죄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제를 위해서 별도의 절차가 다시 필요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이런 절차적 이유로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피고인의 재산에 대한 압류가 장기간 해제되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사건의 규모가 크거나 압류 대상이 광범위한 경우 검찰 내부 처리 절차가 늦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따라서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판결문을 첨부하여 추징 보전 해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다만 추징이 일부 인정되었다면 그 금액을 완납해야 추징 보전 해제가 가능하고,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계좌 압류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추징금 또한 상황에 따라 분납 등이 가능하므로, 본인이 분납이 가능한 상황인지에 대해 검찰청 집행과에 문의가 필요하겠습니다.


Q. 경찰 조사 때 포렌식을 한다고 휴대전화를 압수해 갔습니다. 휴대전화가 압수된 지 몇 달이 되었는데 제가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A. 압수된 휴대전화가 몇 달 동안 반환되지 않아 불편함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휴대전화가 압수된 목적과 형태에 따라 반환 시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압수된 것이 ‘휴대전화 자체’인지 아니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인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집니다. 형사사건에서 휴대전화 압수는 대부분 전자정보 확보를 위해 포렌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며, 이 경우 포렌식 절차를 마친 후 휴대전화는 돌려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포렌식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량이 많은 경우에는 수사 인력이나 일정으로 수 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되기도 하고, 분석 보고서 작성까지 시간이 추가로 필요해 반환이 늦어지는 일도 흔합니다.

 

반면 휴대전화 자체가 증거물로 사용되는 경우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원래의 휴대전화 상태 그대로 제출되어야 하는 경우라면 재판이 끝날 때까지 휴대전화를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몇 달 동안 휴대전화를 못 돌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포렌식이 이미 끝났고, 휴대전화를 계속 보관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면 압수물 가환부 신청을 통해 휴대전화를 임시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휴대전화 자체에 범죄 관련성이 직접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가환부가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장기간 휴대전화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라면 본인이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면 됩니다. 첫 번째 경우라면 담당 수사관에게 반환을 요구하면 될 것이고, 두 번째 경우라면 압수물 가환부 신청을 하면 됩니다. 다만 압수물 가환부 신청을 할 때는 본인이 신청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해서 먼저 검토를 받아보셔야겠습니다.

 


 

 

이번에 다뤄본 주제들은 모두 법정 밖에서 부딪히게 되는 문제지만, 주변에 떠도는 말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아 오해가 반복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절차들은 생각보다 명확한 기준이 있고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이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모두의 건승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