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한 개 줘야지.”
“싫어. 내일 아침에 먹을거야!”
퇴근 후 집에 왔더니 딸이 장인어른에게 소리를 꽥 지르고 있었다. 붕어빵 때문이었다.
장인어른은 집에 올 때 마다 붕어빵을 한 봉지씩 사왔다.
식탐이 많은 딸은 나눠 먹자는 장인어른의 제안에 언제나 완강히 거절했다.
며칠 내내 붕어빵을 독차지 한 게 마음에 걸렸는지 딸은 선심쓰듯 하나를 내게 권했다.
머리 부분을 한 입에 베어 물자 30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 손을 잡고 치과에 다녀온 날이었다. 엄마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엄마도 일을 하게 됐으니 맛있는거 많이 사 줄게.”
가정에 소홀한 아빠를 대신해 엄마는 가사 도우미 일을 하고 저녁에 돌아와 집안일까지 했다. 그런 생활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중학교 2학년 때 까지 학원을 다니지 않은 나는 서너시 쯤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를 기다렸다. 현관문에 열쇠를 꽂는 소리가 들리면 “엄마!” 하고 문 앞으로 달려갔다.
엄마는 힘들게 번 돈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왔다.
겨울에는 주로 붕어빵이었다. 그 때마다 나는 한 마리라도 더 먹고 싶어 욕심을 부렸다. 내 딸이 그러는 것처럼.
엄마는 그때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들에게 간식을 사준게 엄마에겐 숨쉬듯 자연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삶이 너무나도 팍팍해 다른 기억들이 그 기억을 덮어 버려서일까.
나를 향한 사랑으로 얼마없는 쌈짓돈을 꺼내 붕어빵을 샀을 엄마.
그런 엄마가 몇 달 뒤면 칠순을 맞는다.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한 엄마에게 누구보다 고맙고 예쁜 우리 엄마에게 어떤 선물을 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