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보려면 제주로 와”… 전 남편 유인해 잔혹 살해한 희대의 전처

2년 만에 아들 보러 제주 온 아빠
미리 준비한 졸피뎀, 흉기로 살해
시신은 바다 등 여기저기에 버려
1심 무기징역형 대법원에서 선고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9년 5월 25일은 부자(父子)가 2년 만에 만남을 약속한 날이었다. 남자는 그 누구보다 아들에 대한 마음이 각별했다. 이혼으로 양육권을 가져간 아내가 아이를 2년간 보여주지 않자, 가사소송을 제기하면서까지 얻어낸 만남이었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남자의 차량 블랙박스엔 그가 얼마나 아들을 그리워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차 안에서 남자는 들국화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이렇게 개사하여 노래를 불렀다.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행복의 꿈을 꾸겠다 말해요. ○○(아들 이름)를 꼭 보겠다 말해요”
한 소절의 노래가 그의 생전 마지막 행적으로 확인될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그날 남자는 시신조차 찾기 어려울 만큼 참혹하게 살해되었다. 대체 누가 그를 살해했을까.


놀랍게도 범인은 아이의 엄마이자 남자의 전처였던 고 모 씨였다.
고 씨와 피해자 A 씨는 대학 캠퍼스커플로 만나 결혼까지 했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 불화를 겪다 2017년 이혼했다. 이후 고 씨가 청주에 사는 B 씨와 재혼하면서 아이는 제주에 있는 친정에 맡긴 상태였다.

 

면접교섭권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오자 고 씨는 A 씨를 아들이 있는 제주로 불렀다. A 씨를 만나기 전 고 씨는 청주의 한 병원에서 ‘불면증에 시달린다’며 수면제의 일종인 졸피뎀을 처방받는 한편, A 씨보다 며칠 일찍 배편으로 제주도에 들어와 흉기와 톱, 표백제, 고무장갑, 세숫대야, 청소용 솔, 여행용 가방, 종량제 봉투 30여 장 등을 미리 구입했다.


그리고 25일 아침, 제주 친정에서 아들을 데리고 나와 A 씨를 만나 오후 4시쯤 예약한 무인 펜션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모인 세 사람의 저녁 메뉴는 ‘카레라이스’였다. 요리는 고 씨가 직접 했다.

 

청주에서부터 처방받아 온 졸피뎀을 섞어야 했기 때문이다. 고 씨는 A 씨가 졸피뎀에 취해 잠이 들자 미리 준비한 흉기를 사용해 그를 살해했다. 그리고 욕실로 시신을 옮긴 뒤 이틀에 걸쳐 시신을 토막, 유기하기에 이른다.


고 씨의 끔찍한 범행은 A 씨 동생의 신고로 드러났다. “나를 성폭행하려다 실패 후 도망쳤다”는 고 씨의 진술에 단순 실종 처리를 했던 경찰은 펜션 CCTV에 A 씨가 입실한 장면은 있는데 나가는 장면이 잡혀있지 않자 강력사건으로 전환하고 수색에 나섰다

 

 펜션엔 A 씨의 혈흔이 다량으로 발견되었고 고 씨의 차량 트렁크에서 혈흔이 묻은 흉기가 나왔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청주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고 씨를 긴급체포했다. 체포 당시에도 고 씨는 본인이 피해자라는 뻔뻔한 거짓말을 했다. 고 씨가 범행을 실토한 건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서였다. 범행의 이유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이혼하면 그만이지 왜 아들을 만나려 하느냐는 것이었다.


고 씨는 A 씨를 토막 살해 후 시신을 펜션 인근 쓰레기장, 제주 해상, 김포의 한 쓰레기장 등지에 유기했다. 고 씨의 진술에 따라 경찰은 시신 찾기에 나섰지만 쓰레기봉투가 이미 소각된 상태라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고 씨는 A 씨 살해, 사체손괴죄, 사체은닉죄, 그리고 재혼한 B 씨의 아들이었던 의붓아들 C 군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 씨가 A 씨 살해 혐의로 체포되자 남편 B 씨가 얼마 전 자신의 아들이 질식사한 사건도 의심스럽다며 고 씨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던 것이다.


2020년 2월 20일, 1심 재판부는 A 씨의 시신을 찾지 못했음에도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로 살해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며 고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의붓아들 C 군의 사망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2020년 11월, 1심 판단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되며 고 씨는 무기징역이 확정된다. 한편 고 씨와 재혼해 살던 B 씨는 고 씨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고 씨는 아들에게 피해 가는 것을 우려해 본인의 신상 공개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가 아들을 정말 생각했다면 아이에게 아버지를 그토록 참혹하게 빼앗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회 없이 사랑했다던 피해자의 마지막 노래가 남겨진 아이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